별다른 가혹행위가 없었더라도 군 입대 후 우울증이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현정)는 숨진 이병 노모씨의 부모와 형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억2천여만원을 가족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일보> 등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바 있는 노모씨는 입대 전 신체검사와 육군훈련소 검사에서 모두 ‘복무적합’ 판정을 받고 2010년 입대, 국군기무사령관실 당번병으로 근무했다.
훈련소에서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노씨는 자대 배치 후 당번병으로 근무하며 우울증이 악화됐다. 노씨는 부모에게 당번병 업무가 힘들다고 말했고 동료 병사들도 혼자 눈물을 흘리거나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해 관심병사로 분류됐다.
노씨는 결국 자대배치 한 달 만에 국군수도병원 진료를 받았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 보직 변경을 원했지만 노씨의 부대 간부는 “업무를 잘 하고 있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보라”며 “한 달 정도 후에도 못 견디면 바꿔주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씨는 일주일 만에 “부모님 사랑해요”라는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씨의 가족들은 “부대에서 병사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정부는 “노씨의 근무에 가혹행위나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군대 내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성숙한 사회가 아니다”며 “소속 부대가 보직 변경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했다”며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부대 간부들이 지속적으로 면담한 사정 등을 고려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한편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우울증 있는 병사의 자살을 막기 위해 부대 내 정신 상담실이 있어야 할 것 같다”(tfg2****), “국가의 책임은 단지 이상 징후를 보이는 병사를 더 잘 돌보지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애초에 그런 사람을 걸러내지 않고 현역으로 징병한 일까지 있다”(rmfk****), “당연히 배상해줘야지”(fran****), “군대에서 얻는 질병과 골절 등 장애는 모두 산재처리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love****), “당연히 국가 책임”(3987****), “신검 때 제대로 못 걸러 낸 건 국방부 책임”(qube****) 등의 다양한 반응들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