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루라기’ 이지문 “국정원 사태, 거꾸로 된 정의”
국가정보원이 대선 개입 의혹을 민주통합당에 제보한 국정원 직원을 파면했다. 내부고발자의 파면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영화 <도가니>의 실제 교사들은 사건을 공개하는 용기를 보였지만 파면이나 해임을 당했고,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가 사기라는 의혹을 제기한 KT 새 노조 이해관 위원장도 보복 해임을 당했다.
‘양심의 소리’를 낸 내부고발자를 지원하는 호루라기 재단의 이지문 이사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내부고발자 파면에 대해 “거꾸로 된 정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내부고발자의 보호에 대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고발 내용은 사실무근’,‘해당 사실 없다. 허위다’ 등 조직에서 내부고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항상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 오히려 신고한 사람을 문제화시키며 파면, 해고 조치를 감행, 일상화적인 패턴을 보인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내부고발한 직원에 대해 심하게 ‘인간 쓰레기’라는 표현까지 쓰며 파면에 형사고발을 감행한 것은, 도둑을 신고했을 때 도둑을 잡기는커녕 신고한 사람을 잡아가 처벌하는 거꾸로 된 정의가 아닌가.”
그는 국정원 사건을 계기로 “합리적 사유가 있을 때 내부고발자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패방지법, 공익 신고 보호법이 있어 공공분야나 민간분야에서 신고하면 보호·보상 조치가 있다. 그러나 법의 한계가 있다. 국정원 직원이 신고했던 내용은 ‘부패행위’가 맞지만, 부패방지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신고 기관이 정해져있다. 경찰이나 검찰,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나 부패를 저지른 사람이 속해있는 기관, 그 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렇기에 이번 같은 경우는 보호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특히 A씨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하며 국정원 편제, 특정국의 존재 사실 및 팀명·근무인원, 직원의 개인 신상 등을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제보한 내용이)사실이고 공익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보호를 못 받는다. 사실 국민이나 공무원 등이 법을 다 알 수는 없지 않는가. 미국의 경우, 식당 벽에 연방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게시되어 있을 정도로 홍보가 잘 돼있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법에 의해 신고, 보호 받는 걸 잘 모른다”
이 이사는 “캐나다의 경우 합리적인 사유가 있을 때, 언론을 통한 일반 공개 등에 대해서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호법에 대해 개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내가 그 법에 대해 알고 있지 못했거나 알고 있었다 해도 신고를 하다보면 묵살이 되는 이런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경우, 언론이든 시민단체든 대중의 공개에 대해서도 보호 받을 수 있게 해야 된다. 부패신고자 보호법 등의 입법 취지는 내부고발을 활성화하면서 부패를 예방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는 “(내부고발이 가능한)해당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은 국가 중심적 사고방식이다”라며 국정원의 고발에 대해 맹렬히 비난했다. 또한, “신고한 내용이 공익에 부합하느냐, 그 내용이 사실인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문 새 상임이사 공익제보자 보호법 개정이 올해의 목표
이지문 이사는 지난 1992년 3월 현역 중위 신분으로 제14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군 부재자투표부정을 양심선언을 했던 이다.
“신고하는 이들에게도 갈등은 분명히 있다. 자기 스스로 처벌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조직에 대한 걱정도 크기 때문에 갈등을 하는 것. 민주사회에서 가치들이 충돌할 때 어떤 가치에 더 충실해야 하는지 그것은 본인 스스로 판단의 문제가 될 것이다.”
호루라기 재단은 2011년 3월 공익재단으로 설립을 발의했다. 인권·민주시민 교육을 지원하고 관련 정책 및 제도개선 연구 지원, 공익 제보자 지원·후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새 상임이사로 선출된 이지문 이사는 공익신고자 관련 법 개정을 올해의 목표로 정했다.
“호루라기 재단은 시민운동을 실천하는 단체라기보다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재단의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는 올해, 다른 것 보다 먼저 공익제보자 보호법이 합리적으로 개선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