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친박·비박계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계파 갈등이 정점을 치닫고 있다.

포문은 친이계 좌장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14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서에 ‘중구삭금(衆口鑠金)’이란 말은 ‘입이 모이면 무쇠라도 녹인다’는 얘기로 여론은 무쇠라도 녹일 만큼 힘이 있다는 뜻”이라며 “신년 기자회견은 중구삭금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회견이라고 저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인적쇄신 요구하는데 인적쇄신 필요한 사람들에게 면죄부보다 더 큰 힘을 실어주니 진짜 ‘문고리 3인방’이 돼버렸다”며 “이제는 문고리 3인방 비서관부터 시작해서 행정관까지 나서 가지고 온갖 군데 헛소리까지 하고 돌아다니고 이게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음종환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청와대 문건파동 배후로 지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음 행정관은 오랫동안 이정현 의원을 보좌한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음 행정관은 자신이 배후를 지목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당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저렇게 하면 당이 공식적으로 한마디 해야 된다”며 “그런데 오히려 당이 그렇게 감싸고돌면 어떻게 하나. 당 공식 논평이 청와대 논평보다 한 발짝 더 나가버리니 이게 되겠느냐. 당이 아닌건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거룩한 말씀만 하면 되겠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지만 우리 의원들은 이제 총선이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안을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선거를 치를 것이냐”며 “금년 1년은 청와대가 당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 ⓒ 새누리당

친이계 심재철 의원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반응은 곧 언론의 반응이고,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실망’이란 단어”라며 “국민이 가장 많이 보는 3개(조중동)사설 제목만 봐도 그렇다”고 혹평했다.

심 의원은 “정국을 뒤흔들었던 문건 파동에 대해 국민이 기대했던 전반적인 쇄신요구는 마치 잘못된 것인양 치부되고 말았다”며 “또 국민과의 소통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본인께서 잘 하고 있는데 언론과 국민이 잘못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대면보고가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는데 그건 곧 필요없다는 대통령의 생각을 강요한 것”이라며 “앞으로 국정동력이 제대로 힘 있게 모여질지 참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은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은 제발 먹고 사는 문제에 전념해달라는 것”이라며 “이것조차 정확하게 못 읽고 판단 못한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친이계를 정면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데 거의 대부분 시간을 ‘경제’에 쏟아부었다”며 “일관성있게 국민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집중하려는 의지를 평가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밖에 다른 사안들에 대해 또 다르게 얼마든지 말씀하실 기회가 있다”며 “인사문제는 인사권자가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는 순간 그 조직은 인사가 끝날 때까지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그러면 결국 국민이 손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일관성 있게 먹고 사는 문제에 전념하려는 대통령 의지를 평가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