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기업인 사면? 정당성도 효과도 없다”

정규직 하향평준화는 잘못.. “비정규직, 정규직 수준 끌어올려야 할 때”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여권 일각에서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제기되고 있는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정당성도 없고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장하준 교수는 5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요한 죄를 지어 감옥에 간건데 그걸 그냥 경기부양하기 위해서 풀어주겠다면 이건 정당성도 없고 그 다음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의 이러한 비판은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언급한 ‘경제사면’ 카드를 저격한 셈이다.

최 부총리는 앞서 기자간담회, 토론회 등에서 침체 국면인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김 대표 또한 2일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필요성을 대통령과 정부, 야당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장 교수는 “옛날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 초기에 했듯이 무슨 서약서라도 받아내고 풀어준다면 모르지만 그냥 감옥에 갇힌 재벌 총수 몇 명 풀어준다고 투자가 살아나고,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기업인 가석방'을 언급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왼쪽부터) '기업인 가석방'을 언급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해 경제 운영에 대해 ‘그런대로 잘했다’는 최 부총리의 자평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장 교수는 “세계 경제상황이 아직 좋지 않으니 1인당 기준으로 해서 3%좀 안 되는 정도면 그렇게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우리나라는 60년대 초부터 97년 외환위기 까지 1인당 소득 성장률이 6.3%였다. 지금은 3%채 못하고도 그걸 잘했다고 할 정도니 기준이 굉장히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건 올해 조선사업, 휴대전화 산업 등 한국의 주축산업들이 중국에 충격을 당하면서 장기적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며 “그런 걸 생각하면 지난해가 그냥 그렇게 잘 넘어갔다고 치부할 해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해소’에 관해서는 “방향은 좋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를 줄이는 것은 맞지만 비정규직 대우를 좋게 해서 ‘상향평준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정규직 대우를 나쁘게 하겠다는 ‘하향평준화’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현재 방향은 어떻게 하면 정규직을 끌어내려서 비정규직과 격차를 줄일까 하는 식”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투자나 연구개발을 잘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비정규노동자들을 정규직처럼 잘해줄 수 있게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노동자들의 대우는 곧 생산성의 문제”라며 “독일같이 생산성이 높은 나라는 중국의 30배를 받아도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어떻게 하면 그런 식으로 따라갈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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