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정홍보를 위한 공익방송과 관련해 KBS에 항의전화를 한 뒤 해당 부서장이 교체돼 ‘문책성 인사’라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에 따르면, 지난 연말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KBS 정치부장에 연락해 “왜 박근혜 정부의 국정홍보 슬로건이 타 방송사와는 달리 KBS 1TV의 공익광고에서만 빠지고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 말을 들은 정치부장은 편성본부에 해당 내용을 문의했고, 이 내용은 보도본부장을 거쳐 조대현 사장에게까지 보고됐다. 그리고 보고를 받은 조 사장은 즉각 해당 본부장을 불러 문책했고, 공교롭게도 지난 연말 단행된 인사에서 해당 부서장이 교체됐다.

새노조는 “새해벽두부터 청와대가 국정홍보를 위해 여전히 KBS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이에 대해 사측은 제대로 대응하기는커녕, 이와 무관한 보도본부의 간부들까지 나서서 청와대 ‘민원해결사’ 역할을 하고, 사장은 청와대 요구에 미온적이었던 담당 부서장을 교체하는 등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1TV의 공익광고는 2TV의 상업광고와 달리 편성제작회의 심의를 통해 내용과 형식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 편성 여부를 결정한다고 새노조는 설명했다. 특히 공익광고 협찬주의 경우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자칫 일방적인 정부홍보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우려, 엄격한 내부기준에 따라 심의를 거쳐 내용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새노조는 “이번 사태에서 이런 사내 정상적인 절차는 깡그리 무시되고 말았다”며 “담당 부서의 의견은 배제된 채 이른바 ‘사장 직보’라는 이름으로 비정상적인 의사결정만 횡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뉴스를 담당하는 부서장이 청와대 전화 한 통에 직접 상황을 알아보고 보도본부장에게 보고해 사장까지 올라가는 KBS 내부의 청와대 울렁증은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며 “KBS 정치부장과 보도본부장이 정부 공익광고까지 챙겨야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인가”라고 반문했다.

새노조는 “이번 인사조치가 청와대의 심기를 고려한 문책성 인사였다면 대단히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번 사태는 아직도 KBS 내부에 청와대 눈치보기가 횡행하고 있는 주요 사례”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아울러 조대현 사장을 향해 “공익광고와 관련한 청와대 외압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잘잘못을 고백하라”며 “보도본부장의 보고를 받고 편성본부장을 질타해 문책성 인사까지 이루어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KBS 홍보팀 관계자는 ‘go발뉴스’에 “정치부장이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익광고와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자의 보고가 있었기에 시내 유관부서에 규정을 문의해 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