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 155명이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통제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해 파장이 예상된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공영방송사의 경영 상황을 심사하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해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 등은 지난 13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등 당 소속 의원 158명 중 15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는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개선이다. 하지만 실제 개정안에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을 막기 위한 조항을 삭제하고 독소조항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행 공공기관 운영법 6조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기관으로 KBS와 EBS를 명시하고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관을 따로 명시하며 KBS와 EBS를 ‘그 밖에 자율·책임경영이 필요한 기관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으로 공공기관에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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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KBS와 EBS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고, 정부가 해당 방송사들의 사장 및 이사장 선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개정안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혁신위원회 심의 및 의결을 거쳐 해산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 신설돼 공영방송사가 경영 실적을 이유로 해산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KBS와 EBS 구성원들은 이번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만일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KBS는 예산통제는 물론이고 보도·프로그램 통제, 이사장·사장선출 개입까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의해 무방비 상태로 유린당할 수 있는 완전한 국영방송으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KBS본부는 158명 새누리당 전체 의원 중 155명이 이번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인 이득을 얻고자 하는 고도의 정치술수에 다름 아니”라며 “20대 총선이 치러지는 2016년까지 공공기관 지정여부를 놓고 KBS와 국회는 지루한 줄다리기를 할 것이고 KBS 경영진은 정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BS 언론노조 한송희 지부장도 <미디어오늘>에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영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고, 저널리즘 기능 또한 약화될 것”이라며 “혁신위원회 등에 해체 권한을 준 조항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