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자원외교 1호’인 이라크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 계약 당시 한국석유공사가 쿠르드 지방정부에 지급한 서명보너스가 다른 나라 기업들이 지급한 서명보너스에 비해 약 2배 정도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2일 석유공사가 쿠르드 지방정부와 PSC(생산물분배계약)를 체결한 2008년 전후 3년간 쿠르드 정부와 다른 나라 기업들이 체결한 유전 개발 계약서 21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체결한 21개 유전의 PSC 중 석유공사가 지급한 서명보너스 평균액은 2245만 달러였다. 이 보다 많은 액수가 지급된 경우는 터키 회사가 탁탁(TaqTaq) 유전개발 사업 과정에서 지급한 6240만 달러를 비롯해 단 3건에 불과했다. 탁탁 유전은 하루 원유 생산량이 10만 배럴에 이르는 쿠르드 지역 최대 유전으로 성공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석유공사는 2008년 쿠르드 지방정부와 5건의 PSC를 체결하면서 2000만 달러 2건, 5000만 달러 2건, 6000만 달러 1건씩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다. 가장 적은 액수의 서명보너스 2건 마저도 다른 나라 기업의 평균 수준이었고, 나머지 3건 모두 평균을 2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5건 중 3건의 개발이 실패로 돌아갔고, 나머지 2건도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지분을 축소하는 등 전망이 밝지 않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내세우면서 석유공사가 이라크에서 서둘러 유전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쿠르드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과도한 서명보너스를 지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 한국석유공사 페이스북

석유공사의 과도한 서명보너스 지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7년 11월 참여정부 당시 석유공사가 SK에너지, 대성산업 등 국내기업과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해 80%의 지분을 인수하며 3000만 달러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던 바지안 광구 사업에 대해 1년 뒤인 2008년 나머지 지분 20%를 인수하는 PSC계약을 체결하면서 2000만 달러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한 것이다.

비율상으로 거의 3배에 달하는 서명보너스를 지급한 셈이다. 바지안 광구 역시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실패했다.

또 아울러 유전 역시 러시아 노베스트가 65%의 지분을 취득하며 2억 달러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지만, 석유공사는 2008년 지분 15%를 취득해 30% 정도 비싼 6천만 달러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다.

최 의원은 “다른 나라 민간기업들에 비해 2~3배 넘는 서명보너스를 지급하고, 같은 광구에 대한 서명보너스를 1년 전보다 3배 넘게 지불한 것이 과연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MB정부 시절 ‘자원외교 1호’로 꼽힌 이라크 쿠르드 지역 유전 개발에서의 서명보너스는 개발을 통한 석유 생산이 목적이 아니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계약을 맺기 위해 지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석유공사는 최 의원의 지적에 앞서 과도한 서명보너스 지급 논란이 일자 “해외자원개발사업과 서명보너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하지 못한 표현으로 판단된다”고 해명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