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강주희

“저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보냈어요. 마지막에 내 손으로 아들의 눈을 감겨주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그래도 웅기는 제 곁에 항상 있어요. 오늘 웅기가 생일 케이크 두 개나 받았으니 얼마나 기뻐할까요. 그 모습 제 눈에 보입니다.”

11월 17일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김웅기군의 열여덟번째 생일이다. 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웅기 군의 사진과 함께 “오늘은 사랑하는 아들의 생일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 씨는 “돌이켜 보면 웅기는 정말 착한 아들, 훌륭한 아들이었습니다. 저는 지금에서야 반성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가족들에게 그리고 지인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하고 살아왔는지 제가 한 없이 부끄럽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도 혼자 술잔을 놓고 김광석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며 하느님께 투정을 한없이 부려보고 싶습니다. 아픕니다, 슬픕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하늘이 무너져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습니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이어 “저에게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이렇게) 떠나보내야만 하는지요. 하염없이 눈물만 납니다”라며 마지막에는 “사랑합니다. 모든 분들을”이라는 웅기 군의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오전 9시 22분 웅기군이 카카오톡 단체방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 ©강주희

김 씨는 “주말 마다 안산에 있는 집으로 갈 때면 웅기는 핸드폰으로 ‘무한도전’을 보며 그렇게 킥킥 거리고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핀잔을 줘도 아빠 곁을 떠나지 않았다. 유재석을 그렇게 좋아했다”며 생전 아들의 모습을 회상했다.

바쁜 아버지 곁을 지켰던 막내아들은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8분 진도 팽목항에서 199번째 사망자로 아버지 곁으로 돌아왔다. 헬기를 타고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달려온 김 씨는 한 눈에 아들임을 알아봤다. 수학여행 하루 전날 사준 줄무늬 남색 남방에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때 웅기는 마치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집에서 자는 모습보다 더 예쁘고 평안해 보였다”며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와 너무 기뻤지만 장례를 치르는 동안 점점 변해가는 아들의 모습에 너무 억울하고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웅기군 ©강주희

▲ ©강주희

김씨는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제대로된 진상규명을 위해선 지금 유가족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민들이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시고, 눈물을 닦아주시길 간절히 청한다. 그래야 304명의 억울함이 풀어진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