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가방끈 모임 “대학, 착취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공간으로 전락”
대학수능시험일인 13일 청소년들이 “대학진학을 강요하는 교육을 거부한다”며 대학 거부를 선언했다.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회원 20명과 청소년 3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수능시험과 대학입시, 경쟁교육에 맞서 거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투명가방끈 모임은 “대한민국의 교육과 사회는 입시경쟁에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의 비명도 외면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숱한 외침들도 무시했다”며 “여전히 학교들은 입시와 취업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오늘의 행복을 미래를 위해 포기하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대학중심의 교육을, ‘가방끈’으로 차별하는 사회를 거부하고 바꾸기 위해 대학거부를 선언한다”며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너의 탓이라고 하는 세상을 향해, 누군가는 살아남지 못하는 그런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이로, 황채연, 김예림 등 3명의 청소년들은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를 비판하고 대학진학을 강요하는 교육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인천의 모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인 함씨는 “대한민국의 무의미하며 비인간적인 입시경쟁에 관한 경종을 울리는 목소리에 동참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함씨는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늘 했던 고민은 ‘왜 내가 원하는 걸 배우려고 경쟁을 해야 하나’, ‘왜 진학은 성적순인가’였다”며 “현재의 대학은 착취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공간이 되었다. 반값등록금을 해달랬더니 학자금 대출로 더욱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나는 이런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황씨는 “다수 학생들은 대학을 위해 나이가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법을 배우며 자랐고 그 경쟁에서 생겨난 서열이 곧 행복의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며 “입시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학교는 학생들의 정상적인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학생은 매우 보기 드물게 되었다”며 대학 거부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내가 성적향상에서 느꼈던 성취감은 다른 이를 밟고 더 높은 등수를 얻는 데에서 생긴 감정이었고, 주위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 역시 내가 60만 수험생 중에서 앞장서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오늘 대학입시를 거부하며, 좋은 학벌과 찬란한 미래를 얻기 위해 줄 세우기 경쟁을 하며 다른 이를 밟고 올라서게 하는 그런 대학 입시가 바뀌는 날을 꿈꿔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1년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대학거부선언을 발표하면서 출범한 투명가방끈 모임은 이날까지 총 58명이 대학거부를 선언했다.
투명가방끈 모임은 “우리는 우리가 대학거부를 선언하는 것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하는 것이 모두의 삶을 바꾸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의 대학거부선언과 대학 거부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