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학생회에서 시작한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 반대 운동이 대학가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한양대 등 4개 대학 총학생회(좋은학생회만들기모임)는 26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사의 무분별한 ‘줄 세우기’식 평가는 많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함께 거부하고 행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좋은학생회만들기모임은 “각 대학들이 언론사의 대학평가지표를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됐다”며 “각 대학이 그 대학의 특성과 현황에 따라 고유한 발전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에서 높은 점수를 쳐주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사회의 학벌카르텔을 깨뜨리는 데 언론사 대학평가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20년이 넘게 진행된 언론사 대학종합평가로 학벌 카르텔은 깨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두텁게 그 지위와 위상을 지켜내고 있다”며 “단기적인 지표 성장, 순위 상승에 목숨을 건 대학들의 줄서기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울러 “대학의 본질을 지키겠다고 나선 고려대 총학생회의 선언을 지지한다”며 동참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르면 10월 초순부터 학내 학우들을 직접 만나 대학평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일반 학우들도 참여하는 ‘릴레이 선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 11일에는 한양대에서 ‘누구를 위하여 대학은 줄서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도 열린다.

처음 중앙일보 대학평가 반대 운동을 선언했던 고려대 총학생회와 이에 함께 하겠다고 밝힌 서울대·연세대도 참여 방안을 위한 논의 중이며, 10월 초에는 대학평가 발표 일정에 맞춰 해당 언론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 '고려대 총학생회'의 '중앙일보 대학순위평가 반대' 포스터(좌)와 '투명가방끈모임'의 '진짜 대학순위는 피해가는 대학순위평가 거부' 포스터.(우)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대학평가 반대운동에 대해 “대학 서열화의 본질은 피해가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투명가방끈모임)은 25일 고려대 대학평가 거부 선언과 관련해 이를 비판하는 패러디 포스터와 대자보를 공개하고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대학순위평가 거부 운동 발표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본질적 요소는 피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체적으로 획일적 입시제도·기득권 대학 학생들의 특권의식·사교육업체의 대학순위 매기기(배치표)등 대학 서열화와 학벌문화를 만드는 본질적 요소는 피해간 채, 한 언론사의 대학평가로 그 원인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려대 총학생회에 “진정으로 대학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면, 공공연한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왜곡된 입시문화가 만들어낸 '진짜' 대학순위를 거부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