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국가폭력에 면죄부”, 네티즌 “유신독재 완벽 부활”
대법원이 유신 시절 ‘초헌법적’ 악법인 긴급조치를 적용한 수사·재판은 그 자체로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30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은 서 모 씨와 장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각 3억 3000여 만 원, 4억 8000여 만 원을 주라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람은 지난 1976년 대학 재학 중 유신헌법 폐지를 주장하고 선동했다는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하고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고문, 협박 등 국가의 위법 행위 때문에 유죄를 받아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긴급조치가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 그에 기초해 수사가 이뤄지고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했다고 해서 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되고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불법행위가 유죄 판결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따져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치로 인해 유죄를 받거나 옥살이를 했다고 바로 국가의 손배배상 책임이 성립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다. 때문에 향후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고문 같은 가혹행위, 수사기관의 증거조작 등 불법행위가 입증돼야 해 피해자 구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2010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1호와 9호가, 2103년 5월 긴급조치 4호가 잇따라 위헌·무효임을 확인했다.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도 긴급조치 1·2·9호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해당 긴급조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하면 자동적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가로부터 별도의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고문이나 증거조작 등 국가의 불법행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들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합법을 가장한 국가 폭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법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만을 논하는 것은 법 형식논리에 빠진 독단이고 실질적 법치주의 원리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대법원도 유신독재 찬양에 합류를 시작?”(@seo****), “유신독재 완벽부활”(@ilp****), “ 한마디로 법원이 합법을 가장한 국가 폭력에 면죄부를 줘버렸다”(@oks****), “박정희 유신독재에 정당성? 실세 눈치보기?”(@bor****)라며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