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멘붕, 보수도 겪었을 것…민주주의 배우는 과정”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보진영 대선 패배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당분간 당직을 맡거나 공직선거에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당원인 유 전 장관은 7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시민광장’에 공개된 시민방송국 개국 1주년 기념 특별대담에서 “당분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2월 중으로 제 거취에 대해 말씀드리게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담은 지난 5일 유 전 장관의 작업실인 파주출판단지 ‘도서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집필실에서 이뤄졌다.
책 출간 상황과 관련 유 전 장관은 “책 제목을 ‘어떻게 살 것인가’”로 정했다며 “만약 문재인 후보가 되셨으면 제목을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 살려면 잘 사는 ‘well being’뿐만 아니라 ‘well dying’, 잘 죽는 문제도 같이 고민을 해야 잘 살 수 있다”면서도 “대선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젊은 세대가 굉장히 실망하고 의기소침한 상황이라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나가면 너무 충격적일 거 같다”고 책 제목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대선 끝나고 한 달 동안 내용도 많이 손을 봤다”며 “3월 정도에 출판될 것 같고 이어 강연이 일주일에 한번 정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선 유 전 장관은 “진보든 보수든 똑같이 대한민국에서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권리가 있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며 “우리가 오늘 겪고 있는 멘붕 같은 상황을 그분들도 겪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꿔 생각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이 상황 자체가 민주주의 제도의 일부”라며 “그렇게 우리가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MB정권 5년도 우리가 견뎠는데”라고 야권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진보, 특정계급 전유물 아냐…수천억 재산가도 진보가능”
이어 진보정당에 뛰어들면서 느낀 진보주의에 대해 유 전 의원은 “특정한 개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어떤 사회적 계급과 관련돼 있지만 특정한 계급의 전유물도 아니다”고 말했다.
일례로 유 전 장관은 “대공장의 노동조합,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월급을 올리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진보하고 관계가 없다”며 “그건 생물학적으로 아주 자연스런 이익투쟁”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유 전 장관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임금손실을 받아들이면서 비정규직과 함께 살자, 이러면 무지하게 진보적인 것”이라며 “누가 하면 진보고, 누가 하면 진보가 아니다, 어떤 집단, 어떤 계급이 하면 진보고 다른 계급이 하면 진보가 아니다는 성립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진보라는 것은 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면서 “강남 사는 땅부자, 수천억 재산 가진 사람이 종부세 찬성하고, 기부 많이 하고, 자원봉사하는 것이 진보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좌파라는 게 이상한 현상이 아니고, 원래 강남에 진보가 있는 게 정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진보주의나 사회민주주의나 동기는 좋은 거지만 어떤 교조나 이념적 논리에 갇히게 되면 자기 삶이 답답해진다”며 “내가 인간적, 인격적으로 더욱 품격 있고 훌륭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건 좋은 것이다”고 ‘진보적 삶’을 제시했다.
유 전 장관은 “누가 욕을 하더라도 내 스스로 봤을 때 나는 떳떳하고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내가 훌륭해지고 있다, 내가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면 그건 좋은 것이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