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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 = 사람과세상사이 블로그 |
권력자의 말 한마디로 인해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무섭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어처구니없어 그렇다. 권력자가 제 감정에 치우쳐 내 뱉은 말이 법과 상식위에 군림하는 그런 사회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소름이 돋는다.
검찰에게 ‘국민 오감-이성 대행자’ 되라고 지시한 대통령
‘세월호 참사 당일 부재 7시간’에 대한 논란이 해외 언론에까지 보도되는 등 의혹이 확산되자 지난 16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법무부와 검찰에게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적 분열을 가져 온다”며 “이런 행위에 대해 철저히 밝히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틀 뒤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이 대검에 모인다. 포털업체 뿐 아니라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불려갔다. 이 자리에서 대검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사범을 적발하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며, 적발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실형선고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전담팀을 구성하고 검사 5명과 다수의 수사관을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추는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공소가 기각된다. 명예훼손 여부는 검사의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다. 피해 당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명예훼손은 본인만이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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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 = 사람과세상사이 블로그 |
그런데도 대한민국 검찰은 개인을 대신해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고 처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당사자가 명예훼손이라고 느끼든 그렇지 않든 국가기관이 나서 대신 판단해 주겠다는 얘기다.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감정과 주관적 판단을 대행해 주겠다고? 검찰이 ‘국민 오감-이성 대행소’란 말인가. 대신 느끼고 판단해서 처벌하겠다니 포복절도할 일이다.
당당하면 고소해서 조사받지 왜 고발?
위헌결정이 내려진 이른바 ‘미네르바법’을 사실상 부활시킨 거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라도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겠단다. ‘7시간 의혹 제기’에 대해 직접 고소하지도 못하고 제3자를 내세워 고발토록 한 청와대의 심기를 경호하기 위해 완장차고 설치는 검찰. 참 가관이다. 불리한 것은 피하고, 치부는 죄다 덮고, 잘못은 은폐하려는데 이를 방해하면 검찰을 동원해 혼꾸멍을 내겠다는 거다.
산케이 신문의 ‘7시간 미스터리 기사’가 ‘박근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거품 물던 청와대였지만 정작 고소장은 내지 않았다. 껄끄러웠는지 ‘제3자 고발’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직접 고소할 경우 대통령과 청와대는 ‘7시간 행적’ 확인을 위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조사를 피하기 위해 ‘제3자 고발’로 우회한 것으로 보인다. 당당하다면 직접 고소하고 조사 받으면 될 텐데 그런다. “끝까지 책임 묻겠다”고 목청 높이다가 “제3자 고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황급히 꼬리를 내린 이유가 뭘까. 고소 대신 국민 개개인의 이성과 감정까지 판단해 처벌하라고 지시한 대통령. 검찰 완장 뒤에 무엇을 숨기려는 걸까.
국민 기본권과 헌법정신을 짓밟고서라도 ‘나를 호위하라’는 권력자의 말에 ‘충성’ 이라고 답하는 검찰. 옛날 이승만과 서북청년회(서청)와의 관계와 많이 닮아있다. 최근 ‘백색 테러 집단’으로 악명 높았던 서청의 부활을 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박 정권이 부활의 조건을 충족시켜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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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 = 사람과세상사이 블로그, 오마이뉴스 |
학살자 ‘서청’ 부활 조건 충족시켜준 정권
28일 서울시청 광장에 ‘서청’이라고 새겨진 조끼를 입은 이들이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추모 노란리본을 모두 제거하겠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론분열의 중심”이라고 주장했다. “노란 리본을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인 이들은 자신들을 ‘서청 재건 준비위원회 회원’이라고 소개했다.
‘서청’은 소련 군정의 탄압을 피해 월남한 평안도 지역의 지주, 친일파, 기독교 인사들이 1946년 서울에서 결성한 단체다. 소련과 김일성에 의해 자신의 삶 전부를 빼앗겼다는 분노와 증오가 이들을 극단적 반공주의자로 만들었다. 이들은 이승만 정권의 유용한 ‘도구’로 이용됐다.
이승만 정권은 ‘서청’을 통해 눈엣가시를 제거했다. 1949년 경교장에서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는 서청 종로지부 총무부장이었다. 평북 신의주의 호상으로 친일파 지주였던 아버지 덕분에 호사를 누리다가 소련 군정의 탄압을 피해 월남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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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 선생이 암살 피격 당시 잆었던 옷 / 출처: 경교장> 이미지출처 = 사람과세상사이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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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서청’에게 반공 완장, 박근혜는 검찰에게 ‘심기경호’ 완장
김구 선생 암살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던 안두희는 수감 1년 만에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포병 장교로 복귀했고, 1953년에는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사면복권을 받았다. 이승만 정권에 의해 자행된 음모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백범 선생이 살아 있는 이상 장기 독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정권의 선택이 암살이었던 것이다.
‘서청’은 제주 4.3항쟁에서도 양민 학살에 앞장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였던 신성모는 “서청 등이 경찰, 상인, 관리가 돼 고민을 괴롭혔기 때문에 4.3 사건이 났다”고 말한 바 있다. 서청이 4.3항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이승만 정권을 대신해 손에 피를 묻히는 극우조직이 된 ‘서청’은 보도연맹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등에도 개입해 수십만을 학살했다.
‘서청’에게 ‘반공’이라는 완장을 채워 수많은 학살을 자행하도록 만든 이승만 정권과 ‘검찰’에게 ‘심기 경호’라는 완장을 차도록 해 국민 개개인의 이성과 감정을 대신하고 통제하려는 박근혜 정권. 둘은 많이 닮아 있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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