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약속 지켰다” 엄마검객 남현희가 주는 감동

“아시안게임, 엄마검객 남현희가 주는 감동은 바로 불굴의 의지”

이미지출처='티비 읽기'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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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가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펜싱이 금메달을 휩쓸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여자 플뢰레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전설적인 기록만이 이유가 아니었다. 그 중심에는 엄마검객 남현희가 가장 작은 체구지만 가장 큰 존재감으로 우뚝 서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펜싱은 몰라도 남현희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난 런던올림픽은 남현희 외에도 신아람, 김지연 등 미녀검객들을 스타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남현희의 존재감은 그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런던올림픽 이후 아이를 갖고 출산해 이제는 엄마검객으로 불리는 남현희는 이전 땅콩검객으로 더 유명했다. 키 157cm. 같은 길이의 칼로 상대를 찔러야 하는 펜싱 경기의 특성상 이 작은 키는 절대로 장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남현희는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빠른 동작으로 상대와 맞섰고 한국 여자펜싱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거기에는 우연도 행운도 없었다. 무릎 연골이 없어질 정도로 피나는 훈련만이 그 이름을 만들어줬을 뿐이다. 그렇지만 엄마검객 남현희의 경기를 더욱 관심 있게 지켜본 이유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녀의 나이 만 33세. 우리나이로 무려 34살의 나이다. 물론 여자농구에 남현희보다 한두 살 더 만은 이미선, 변연하 등이 있지만 동료들과 경기시간을 나눌 수 있는 구기 종목과 달리 펜싱은 개인전이든, 단체전이든 철저히 혼자서 9분을 책임져야 하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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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출산 후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하고 복귀했지만 그런 공백 없이 준비해온 후배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불리했다. 그런 때문인지 남현희는 그녀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개인전 준결승에서 후배 전희숙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금메달은 남현희에게 무리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그 경기는 남현희의 패배가 아니라 긴 세월 남현희의 그늘에 가려졌던 3년 후배 전희숙을 위한 값진 선물이었다.

기왕이면 남현희를 넘어 금메달을 딴 것에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전희숙이지만 그녀 역시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도 남현희를 넘지 못했다면 영원한 2인자로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했을 수도 있지만 남현희를 넘고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대단히 드라마틱한 결과였다. 그래서 비록 엄마검객 남현희의 개인전 3연패는 좌절됐지만 그만큼 뜻 깊은 또 다른 드라마를 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과 맞붙은 결승전에서는 남현희는 자신의 이름에 맞는 위용을 발휘했다. 함께 출전한 전희숙, 오하나가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대업 앞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전희숙은 이전까지 단체전의 에이스나 다름없는 활약을 해왔기 때문에 의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남현희는 이제는 전설이 된 자신의 이름, 여자펜싱의 대들보답게 냉정하고 당당하게 중국팀을 상대했고, 그에 자극받은 후배선수들의 분발로 수월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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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전설적인 위업이 달성됐고, 남현희는 엄마가 돼서도 남현희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세상은 듣기 좋은 말로 엄마는 강하다는 말을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엄마검객 남현희가 흘렸어야 할 땀과 눈물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남현희는 아직 2년 더 그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마지막이지만 2년 뒤 리우 올림픽 출전의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펜싱을 대표하는 이름이지만 아직 남현희에게는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개인전이 아니라면 단체전에서라도 금메달을 따고 선수생활을 끝내고 싶을 것이다.

그녀 때문에 펜싱을 알게 됐고, 대회가 열릴 때마다 작지만 가장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에 매료되던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2년 뒤 리우올림픽에 참가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힘든 과정을 견뎌야 할 것이다. 리우가 정말 마지막일 수밖에 없는 남현희에게 남은 2년은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고, 더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남현희의 의지는 놀랍기만 하다. 엄마검객 남현희가 주는 감동은 바로 불굴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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