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김 일병 편지 공개.. “죽을 각오로 말리지 못해 미안해”
군 당국이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의 유가족과 폭행사건 목격자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27일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냉동식품을 먹다 질식한 것으로 왜곡될 뻔했던 윤일병 사망사건의 진실을 알린 목격자 중 하나인 김 일병의 추가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김 일병은 28사단 병영생활상담관에게 윤 일병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하는 등 유족들과 만날 의향이 있음을 표명했다.
지난달 13일 3군사령부 검찰부 간부 3명이 수사를 위해 김 일병을 찾았을 때도, 김 일병의 아버지는 윤 일병 유족의 동행을 요청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유족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 일병이 원치 않는다”며 유족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사건의 핵심 목격자인 김 일병과 유족들의 만남은 왜 이뤄지지 못했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일병이 유족과 만나서 증언하는 것을 막기 위해 김 일병을 세상과 차단시킨 것은 바로 군 당국”이라면서 “김 일병은 윤 일병을 생전에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군 당국의 조작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아야 했고 현재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다”고 밝혔다.
한편, 윤 일병의 둘째 누나는 이날 김 일병이 오전 1시께 보내온 편지를 낭독했다. 김 일병은 편지에서 “맞아 죽을 각오로 달려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윤 일병과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 다음은 김 일병이 윤 일병에게 보낸 편지 전문. ○○씨에게 ○○씨! 정말 죄송합니다. 수개월이 지났지만 저의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씨를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씨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저는 남은 평생을 두고 반성하고 느끼겠습니다. 변명일지 모르지만 저의 몸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졸병으로서 가해병사들에게 ‘그만 좀 하라’는 말은 할 수 있었지만, 제게 그들을 막을 육체적 힘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의무지원관에게 “이거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로서만 그치지 말고 애원이라도, 아니면 맞아 죽을 각오로 가혹행위가 중단되도록 달려들었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씨를 보내던 날 ○○씨의 장례식장을 가려했지만 입실환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가는 것을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저의 죄송함을 표현하기 위해, 망연자실해 하고 계실 ○○씨 부모님과의 만남을 수차례 원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습니다. ○○씨!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소속된 중대가 훈련에 가고 없어 저의 식사 배급이 원활치 않았던 때 ○○씨가 저를 위해 PX에서 음식을 사다가 같이 먹자고 했던 기억, 그리고 본인의 힘든 고통 속에서도 환자인 제게 베풀었던 의무병 본연의 모습,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많은 기억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씨!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당신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김 일병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