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저희들 진실 밝힐 수 있게 도와주소서”

유민아빠, 교황에 전달한 편지 입수.. “특별법은 모두 위한 것”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시복미사 직전 교황을 직접 만나 건넨 편지에 어떤 내용이 담겼을 지 이목이 쏠린 가운데 김씨의 가슴에서 나온 노란봉투 속 편지가 17일 공개됐다.

16일 시복미사가 있던 광화문 광장에서 교황은 카퍼레이드를 하던 도중 갑자기 내려와 34일째 홀로 단식 농성 중이던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만나 위로했다.

김씨는 교황의 손을 맞잡고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면서 ‘참사의 진실을 밝힐 힘을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노란 편지 봉투를 전달했다. 편지를 받은 교황은 수행원에게 전달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윗옷 오른쪽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 교황방한준비위원회
ⓒ 교황방한준비위원회

17일 ‘go발뉴스’가 입수한 편지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교황에게 “정부·여방은 참사의 책임이 있어서인지 유가족들의 간절한 외구를 외면하고 유가족을 음해, 방해했다”며 “딸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지 못하면 사는 게 의미 없어 죽을 각오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 사건의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해 달라. 그래서 힘없어 자식 잃고 그 한도 풀어지지 못하는 우리를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교황께서도 우리를 살펴주시는데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국민인 제게 오지도, 쳐다보지도, 듣지도 않고 있다”며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제 가슴 속에서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다음은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교황에게 전달한 편지 전문

파파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사랑하는 유민이는 나를 꼭 안고 곁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뒤에서 안고 아빠 아빠를 부르고 잘 때 팔베개 해주던 딸, 가난한 아빠가 용돈 줘야한다는 부담 느낄까봐 수학여행 간다고 알리지도 않은 딸입니다. 당연히 구조되어야 하는데 아무 구조를 하지 않았고 유민이가 뒤집힌 뱃속에 갇혀 죽어가는 걸 제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왜 내 딸이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독립된 조사위원회에 강력한 조사권한인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이 있어서인지 정부, 여당은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유가족을 음해, 방해했습니다. 우리의 간절함,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딸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지 못하면 사는 게 의미 없습니다.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우리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겠습니다.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 넘게 단식 중입니다. 교황께서도 우리를 살펴주시는데,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국민인 제게 오지도, 쳐다보지도 듣지도 않고 있습니다.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제 가슴 속에서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그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가장 가난하고 가장 힘없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는 것이 교황이 해야 할 일이라고 교황 성하께서 말씀하셨죠. 저희 유가족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힘없는 저희를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유민 아빠 김영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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