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나비야 촛불을 들자!> 촛불문화제가 14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방송인 김제동 씨의 사회로 열린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대학생들 모임인 평화나비와 희망나비 서포터즈와 시민 1000여명이 함께 했다.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은 지난 1991년 8월 14일 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부정한 일본 정부에 맞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문화제는 극단 고래의 연극과 시낭송, 가수 이한철씨와 조약골 등의 다채로운 공연으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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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자신이 열 세 살 때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고초를 담담하게 한 편의 시로 풀어내기도 했다.

길 할머니는 감악소(감옥)에 있는 아버지 벌금 10원을 벌려다 위안부로 속아 끌려가 일본군으로부터 당한 고문과 구타, 이후 고향에 돌아오기까지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길 할머니는 “열 세 살이던 원옥이가 이젠 여든 일곱 살이 됐다”며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지내던 고향 평양 보통강가가 그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제 부끄럽지 않다. 당당하게 외치겠다”며 일본을 향해 “사죄하라, 배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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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전쟁없는 나라, 평화의 나라가 돼야 한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신들과 같은 고통 속에 살아가는 세계 전쟁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조성한 ‘나비기금’을 소개했다.

김 할머니는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녀 보니 우리같이 희생된 사람이 많다”며 “그 여성들에게도 평화의 나비를 날려보내자”고 말했다.

특히 김 할머니는 “지난 박정희 대통령이 조약(한일기본조약)을 맺을 때 우리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면 이렇게 늙어서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버지가 해결 못한 문제를 이제 딸이 대통령이 됐으니까 같은 여자로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하지 않겠는가”라며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적극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후 마이크를 이어받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촛불을 밝힘으로써 아픈 할머니 가슴에 환한 미소, 지난 세월 우리가 할머니에게 찾아드리지 못했던 일상의 행복을 드릴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진정한 광복을 축하할 수 있는 날까지 촛불을 꺼뜨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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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진 공연에는 가수 이한철과 조약골 노래, 대학생들로 구성된 평화나비 회원들의 율동 등이 펼쳐졌다. 학생들은 공연 도중 피켓으로 “광복 69주년, 하지만 아직 할머니들의 진정한 해방은오지 않았다”는 문구를 만들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촛불 문화제는 평화와 인권을 위한 공동 결의 선언문도 발표한 뒤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