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 씨 “법안 통과 안 되면 관 짜놓고 죽을 때까지 단식할 것”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특별법 합의’ 파기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촛부집회가 9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국민 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집회는 시민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화문에서 외침!’이라는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한별 밴드와 백자, 에브리싱글데이, 밴드 시나위가 등이 무대를 꾸몄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알맹이 빠진 세월호특별법을 합의한 데에 따른 성토의 장이었다.
문화제 사회를 맡은 단원고 희생자 故 김동혁 군의 어머니 김성실씨는 “(여야 합의가 나온 뒤) 어제 오늘 많이 힘들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인데 정치권의 답은 야합이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국민 대책회의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정치연합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특별법에 합의하고 특검은 청와대 손에 넘겨주는 야만적인 제2의 참사를 저질렀다”며 “유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철저하게 짓밟은 정치적 야합을 당장 국민의 이름으로 파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있는 새정치연합의 당사와 지구당 사무실에 항의 방문·전화 등을 통한 ‘항의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는 청와대를 수사하고, 청와대에 범죄혐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그렇게 할 수 있겠냐”며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으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이 넉 달 동안 우리가 제기한 의혹을 하나도 제대로 밝힌 게 없다”면서 “그래서 범국민적 진상규명특위를 만들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도 단상에 올랐다. 김 씨는 “나는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게 아니다”며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으로 바꿔달라는 그 요구 하나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씨는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의 ‘제대로 단식을 하면 벌써 실려가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망언을 언급하며 “그래서 의료진료를 거부했다”며 “안 의원이 공식적인 사과를 할 때 다시 의료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야의 특별법 합의 이후 이틀 간 청와대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직접 걸어가는 이유에 대해 “휠체어를 타고 가는 순간 이 정권에 지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현재 16일까지 단식을 한다고 발표한 김 씨는 “16일까지 법안이 통과 안 되면 저는 관을 짜놓고 여기서 쓰러져 죽을 때까지 단식을 할 것”이라면서 “주위에서 병원 가야한다고 해도 안갈 것이다. 대통령의 고집이 센 지 내 고집이 더 센지 꼭 보여주겠다. 이를 위해 오는 15일 촛불을 밝혀 달라. 그때까지 저도 꼭 버티겠다”고 당부했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집회를 마친 시민들 일부는 세월호특별법 합의 파기를 주장하며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점거 농성에 들어간 유가족 4명을 응원하기 위해 여의도로 향했다.
한편, 이날 영화인들도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라며 단식 농성에 동참했다.
가칭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모임’은 9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최근 합의한 특별법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을 주장한 유가족의 특별법과 다르다”며 “이 같은 유가족의 요구가 관철되기 위해선 수사권이 유족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등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go발뉴스’에 “너무 늦게 참여했다”면서도 “세월호 특별법이 완전하지 않은 채 합의돼 자칫 힘이 꺾일 수 있는 찰나에 우리가 참여해 여론을 환기 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