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셋이 떠나는 여행은 가장 완전할 수도, 가장 불안할 수도 있다. 3이란 숫자는 분명 완전수이지만 페루에서의 두 번째 밤을 준비하면서 이적과 윤상이 감정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 같은 상황이 오면 둘만이 아니라 셋이 완전히 서로에게 소외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여행은 다행스럽게도 방송이라 그들은 아주 빨리 서로에게서 멀어진 동행을 다시 가슴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정적 순간을 제공해준 것은 맏형 윤상의 쉽지 않은 고백이었다.

성공한 가수, 작곡가로서의 27년. 그 뒤에는 불면증, 알콜의존 등이 있었다. 이제 거의 50을 목전에 둔 윤상으로서는 더 이상 그런 생활에 억눌려 살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윤상은 술을 끊기 위해 약을 복용해야 했고 그 부작용으로 배설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다른 두 동생들과 달리 화장실에 유난스럽게 집착해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예민해진 것도 모두 이해가 됐다.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그런 윤상의 고백은 이적을 울렸다. 그런 형의 속사정을 모르고 섭섭해 했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겠지만 같은 길을 가는 동업자로서의 깊은 연민이 더 컸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여행은 사생활의 깊은 곳에 숨겨둘 수밖에 없었던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관광의 치장을 벗겨내고 있었다.

몰래카메라는 꽃보다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굳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사전모임이라고 속여 놓고 김치찌개를 먹이다가 느닷없이 공항으로 가는 상황은 보는 시청자도 황당할 정도로 늘 기발해서 좋다. 그러나 할배, 누나들과 달리 청춘이라 이름붙인 이번 여행의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3인의 음악가들이 여행을 통해서 참 진지하면서도 어려운 상황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진취적 낭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분명 할배들도 그랬고, 누나들의 여행도 반드시 짐꾼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또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물론 할배들의 여행, 누나들의 여행은 이미 모든 지표로 증명된 것처럼 재미있었고, 가슴 따뜻하게 얻은 감동도 많았다. 그러나 그 여행들은 시청자에게 구경시켜주는 것에 가까웠다면 이번 꽃보다 청춘은 비록 같은 형식의 여행일지라도 관찰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가 여행하는 그들과 동화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로망이고, 모두에게 필요한 힐링이다. 지금까지의 꽃보다 시리즈의 여행은 그런 것들을 부족하지 않게 보여줬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만큼 시청자의 입장에서 밀착된 감정을 갖게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들이 나누는 음악이야기는 낯설 수 있고, 온통 19금 대화들이 가득해서 결국 방송에 내보낼 수 없었던 남자들만의 여행이 실제로는 대단히 힘든 일이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상하게도 이 여행과 시청자 사이의 거리를 벌려놓지는 못하는 것 같다.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이들보다 한참 젊은 또 다른 여행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을 꽃보다 여행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명명하는데 조금도 이견이 없다. 겨우 두 편밖에 보지 못해서 성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감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대체로 적중하는 편이어서 거의 확신할 수 있다. 꽃보다 청춘이 다른 때보다 시청률로 혹시라도 부족할지는 몰라도 여행이라는 것, 티비로 여행을 보여준다는 것의 완성형을 윤상, 유희열, 이적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더욱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니 듣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들과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어느덧 그들과 함께 낯선 페루의 풍경에 선 것만 같은 착각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그들을 믿고 나PD는 지금까지 생각만 있었지 실행하지 못했던 위험한 도박을 단행했다. 이카에서 잠든 그들을 남겨두고 제작진 모두를 야반도주시킨 것이다. 그래도 12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으니 아주 과감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냥 몰래카메라가 아니라 비록 셀프 카메라로 찍으라고는 했지만 제작진이 없는 좀 더 자유로운 모습의, 진짜 청춘의 진면목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만히 당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도박과 반격의 다음 주를 기대하게 된다.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