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매직아이에 김제동이 단독 게스트로 등장했다. 무척 반가운 일이면서도 동시에 짠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김제동이 예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할 때라면 이렇게 게스트로 출연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빗대어 이효리가 김제동과 친해지면 피해를 본다는 우스갯소리는 그저 웃지만은 못할 일이었다. 어쨌든 김제동은 분명 위기의 매직아이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인 만큼 토크의 질을 높이고,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시범을 보여야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역시 김제동이었다. 비록 게스트의 본분을 지켜가면서도 초보엠씨들에게 토크쇼의 형식미를 알려주는 입담을 과시했다. 이번 주 주제는 게스트가 김제동이어서 더욱 적격이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매직아이가 반드시 다뤘을 술자리폭력에 대한 것이었다. 김제동이 소문난 주당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러나 엠씨들 역시 비록 여성이지만 남자에게 뒤지지 않을 주당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래저래 이번 토크는 그야말로 체험에 의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물론 술이야기에 굴욕기가 빠질 수가 없다. 이효리가 곱창집에서 심하게 넘어진 일화로부터 하도 만취해 쓰러져서 별명이 중앙선이라는 김제동의 폭로까지 술꾼들의 굴욕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이번 주 매직아이가 전과 다르다는 이유는 그런 일화들로 엮어간 수다가 아닌 가볍지만 나름 따끔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던 금주법 토론 등에 있었다.

매직아이가 이번 토론주제로 내세운 것은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한다는 공공장소 금주법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포문은 문소리가 먼저 열었다. 비만이 위험하고 또 증가율이 심각하다고 해서 공공장소에서의 취식을 금할 거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제동 역시 만일 금주법이 시행된다면 대학캠퍼스 내의 음주도 금지된다면서 강력히 반대의 뜻을 펼쳤다.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아닌 게 아니라 대학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동그랗게 모여앉아 막걸리 한잔씩 걸치며 토론하는 모습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이 공공장소 금주법이라는 것이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김제동이 바라보는 시각은 확실히 좀 더 날카로웠다.

그러다가 나중에 우리나라 가양주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까지 나오게 됐는데, 가양주는 말 그대로 집에서 빚는 술이라는 뜻이다. 술을 집에서 빚는 전통은 물론 제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만큼 제사에 공을 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가양주 전통이 끊긴 것은 일제부터였다. 일제는 술자리와 곁들여지는 사람들의 대화를 두려워했기에 아예 술에서 술을 빚는 것 자체를 금지시켜버린 것이다. 물론 이번 정부가 금주법을 시행하려는 것에는 일제의 가졌던 의도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단지 가양주가 끊긴 사연이 그렇다 뿐이다.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그러나 공공장소 금주법보다 시급한 것은 음주로 인한 범죄 및 민폐에 너그러운 법과 사회 분위기부터 바꿔야 할 것이며, 이는 매직아이도 놓치지 않았다. 음주 후 범죄를 심신미약상태로 판단해 형을 줄여주는 관례에 대한 따끔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물론 작년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음주상태에서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감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특례법이 만들어졌지만 이 역시도 성범죄에 국한되어서 일반 범죄에 모두 적용이 될지는 의문이다.

한쪽에서는 음주 범죄에 대한 벌을 내려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음주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제동을 비롯해서 매직아이가 이런 현상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음주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하자는 것이며, 공공장소 금주법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어떤 결론도 없이 페이드아웃으로 맞았던 클로징과는 다른 매직아이의 기특한 변화이자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그러나 김제동이 했던 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따로 있었다.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을 보면서 과거와 달리 요즘은 연민을 갖게 된다는 김제동은 그런 사람에게는 가중위로가 필요하다는 언어센스를 발휘했다. 그 말이 뭔가 가슴에 오래 진동을 갖게 된 것은 우리사회가 분노도 잊었지만 그 이전에 사람에 대한 연민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대목에서 연민을 실천하는 김장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