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들이 공인인증서 탓에 국내 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며 문제 해결을 지시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 <경향>에 따르면, 오히려 해당 언급으로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후 떠오른 정보보호 강화 정책이 공염불이 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박 대통령에 보고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하며 “극중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의상 등을 사기 위해 한국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공인인증서 때문에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고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만 요구하고 있는 공인인증서가 국내 쇼핑몰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공인인증서 폐지안을 내놓았고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천송이 코트’ 대책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며 문제 해결을 거듭 촉구한 바 있다.

▲ ⓒ 청와대

그러나 <경향> 확인 결과 ‘천송이 코트’는 예전부터 중국 소비자들도 손쉽게 살 수 있었다.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는 28일 <경향>에 “박 대통령이 천송이 코드를 언급한 지난 3월에도 중국 쇼핑객들이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겸용 카드를 활용하면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확인했다. 신용카드로 30만원 이상 물품을 구매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지만, 이는 국내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 등에만 적용될 뿐 해외 카드사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그걸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대통령 지시사항이 나온 이상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엉뚱한 지시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졌다. 금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28일 공동 브리핑을 열고 공인인증서 및 액티브X 폐지, 결제 대행업체에 카드 고객정보 공유 허용 등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카드사에서만 관리되던 중요 고객정보를 외부로 옮기는 것은 최근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후 형성된 보안 강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박 대통령의 불통과 주무부처의 지나친 눈치보기가 빚어낸 것이어서 시민사회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도대체 알고 있는게 뭔지? 대통령이 이야기했으니 있는 사실도 말도 못한다고? 잘 돌아간다 진짜 내시구나”(쿠**),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나라 추락으로 가는 길밖에 없군요”(안**), “군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멍청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덩치***), “일반인은 알지도 못하는 천송이 코트까지 신경쓰면서 왜 세월호는 신경안쓰고 콘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변명만 하냐?”(헤*), “주먹구구식 행정에 사건사고 터지면 상황만 넘기려는 말뿐인 행정. 완전 초딩수준의 국가운영?? 복도 지지리도 없는 대한민국” 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