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바꾼 충청, ‘영남 VS 호남’ 지역구도 개편되나

대선 때 전부 ‘빨간색’, 1년 반 뒤 모두 ‘파란색’

 
 

대전, 세종, 충남, 충북에서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되며 충청권의 정치색이 야당 컬러로 통일됐다. 충청권 ‘컬러 통일’은 두 번째다. 2006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충청권 지역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붕괴되는 틈을 노려 충청지역을 모조리 석권해 첫 번째 ‘통일’을 이룬 바 있다.

대선 때 전부 ‘빨간색’, 1년 반 뒤 모두 ‘파란색’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이 선전했지만 자민련을 대체하는 지역정당을 표방하며 출범한 자유선진당에게 대전시를 내줘 ‘야당’으로의 ‘통일’은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대선이 가까워지자 새누리당은 ‘충청도 끌어안기’에 돌입한다. 박근혜 후보 외가가 충북 옥천이라는 점을 앞세운 대선 전략의 하나였다. 자유선진당의 후신인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합당으로 인한 반짝 효과일까. 박근혜 후보는 충남과 충북에서 문재인 후보를 13~14% 차이로 크게 앞섰고, 대전과 세종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충청권에서 두 후보간 벌어진 표차는 약 30만표. 박빙의 승부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청권이 ‘박근혜 당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러던 충청권이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깃발을 내던졌다. 대신 광역 네 곳 모두에 새정치민주연합 깃발을 꽂았다. 충청권 전체가 ‘야당 컬러‘ 일색이 된 건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2012년 대선 때 입었던 붉은 옷을 1년 반 만에 벗고, 새정치민주연합의 파란색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충청의 ‘심장’ 대전, 서울처럼 야당 압승

세종시마저 새누리당 컬러를 밀쳐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 ‘원안대로 건설’을 밀어붙였던 박 대통령이다. 하지만 원안 관철을 위해 투쟁을 불사했던 주민들 손에 의해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관피아 발언’으로 세종시 공무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토박이 주민 상당수가 박근혜 정부에 실망하며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게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기초선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온통 새누리당 컬러였다. 충청권 기초단체에 문재인 후보의 민주당 컬러가 칠해진 곳은 대전 유성구와 서구 단 둘뿐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충남-충북-대전의 기초단체장 당선자 소속정당 분포는 새누리당 16명, 새정치민주연합 12명, 무소속 3명이었다. 야당이 결코 밀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충청권의 심장인 대전의 경우 야당이 압승을 거둔 서울에 필적할 만한 결과를 냈다. 5개 구청장중 새누리당은 단 1명이었고, 나머지 4명은 야당 소속이다. 총 22석인 시의회도 16석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해 과반을 훌쩍 넘겼다.

 
 

충청권 온통 야당 깃발, 일시적 변화 아닐 것

여에서 야로 색깔을 바꾼 충청. 일시적인 변화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2017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여럿이다.

첫째, 충남과 충북이 ‘야도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새정치민주연합 깃발을 들고 재선에 성공했다. 야당 후보 재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 대전시의 변화다. 그간 줄곧 보수여당 후보나 지역정당 출신이 시장에 당선돼 왔다. 민주개혁 진영의 후보가 당선된 건 권선택 후보가 최초다. 권 후보의 당선으로 충남-대전-충북이라는 ‘야권 벨트’가 형성된 셈이다.

셋째, 새누리당이 패착을 범했다. ‘대선용’으로 쓰기 위해 선진당과 합당을 선언한 것일 뿐 선거가 끝나자 토사구팽 당하고 말았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이번 선거에서 2명의 현역 선진당 출신 구청장을 내쳤다. 이들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돼 출마했고 모두 당선됐다.

넷째, 오랫동안 지역정당이 지배해온 곳이지만 현재 ‘무주공산’이다. ‘당과 진영’ 논리가 강한 지역이다. 자신들을 포용해 줄만한 진영을 찾으려는 심리가 발동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과의 합당이 첫 번째 시도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야당 컬러를 지속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적 구심점이 없는 지역이어서 ‘차기 혹은 차차기 주자’로 안 지사를 지목하는 지역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 지사 스스로도 ‘도지사에 재선되면 대권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피력한 바 있다.

영호남 지역구도 변화, ‘영남 대 충호남’으로?

충청권에서 ‘야당 컬러’가 지속될 경우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충청이 호남과 연대하게 되면 영남과 호남으로 나뉘어 있는 지역구도가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남 유권자수는 약 1059만명. 호남 유권자수(414만명)보다 두배 이상 많다. 유권자수 불균형으로 고전해 온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충청권과 연대(유권자수 825만 명)할 경우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어 기대감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DJP 연대 등 충청권에 대한 구애작전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간 충청-호남 연대가 성사되지 못했던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봐야한다. 충청지역 정당이 필요하고 주장하는 세력의 준동과, DJP 연대라는 ‘끔찍한 경험’을 해본 새누리당의 방해공작이 그것이다.

충청권에 지역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명분을 잃었다. 지역정당의 당위성을 외치는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또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높아가는 상황이다. 여당의 ‘방해공작’도 별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충청과 호남이 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6.4지방선거가 '영남 대 호남'이라는 고전적 지역구도를 ‘영남 대 충호남’으로 바꿔놓는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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