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고지서에 ‘비명’…“가정용 누진제 완화하라”

한국전력 “누진제로 저소득층 보호”…경실련 “말도안돼”

계속된 한파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12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의 비명이 잇따르고 있다. 급등한 전기요금은 정부가 1년 5개월 사이에 4번이나 인상한 탓도 있지만 또 다른 큰 원인으로 누진제가 꼽히고 있다.

월 200kWh의 전기를 사용한 가정이 겨울에 2kW의 전기히터와 1kW의 온풍기를 각각 하루 5시간씩 사용했다면 이 가정의 한 달 전기 사용량은 650kWh다. 전기요금은 2만1660원에서 25만900원으로 약 11.5배 가량 오른다. 말 그대로 ‘전기요금 폭탄’이다.

ⓒ KBS 화면 캡처
ⓒ KBS 화면 캡처

지식경제부가 새로 인상한 전기요금이 이달 14일부터 적용되면서 서민들에게 ‘전기요금 폭탄’ 주의보가 내려졌다. 한파로 추워진 날씨에 전력 사용량은 가정마다 늘어나는데 서민만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이유는 바로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누진제 문제는 ‘주택용’에만 적용된다.

전기요금이 2011년 8월 이후 1년 5개월 사이에 네 번째나 올랐지만 누진제는 여전히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누진제는 1973년 1차 석유 파동(오일쇼크)를 계기로 산업체의 생산 활동이 용이하도록 가정의 전기 소비 억제를 위해 처음 도입됐다.

현재 누진제는 월 100kWh 단위로 요금을 6단계로 나눈다. 전력량요금(주택용 저압 기준)은 1단계(100kWh이하)는 kWh당 59.1원이지만 2단계부터는 1단계보다 2.1배, 3.1배 4.6배, 6.9배, 11.7배씩 오른다.

반면 대형건물이나 대형사업체에 부과되는 산업용 전기 요금(계약전력 300kW이상)은 경부하 시간대(23:00~09:00) 기준으로 57.5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하지만 가장 요금이 높은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은 156.5원으로 주택용 3단계 누진제 183.0원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산업용 최대부하 요금제 시행시간은 하루 6시간뿐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팀장은 “전기요금은 현재 소비 주체에 따라 차별적인 요금”이라며 “쓴 만큼 내는 것이 기본적인 원리지만 주택용 요금에서만 적용되는 누진제는 과증하게 서민에게 부과시키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누진제를 처음 적용했던 이유가 전기를 아끼자는 것 아니냐”며 “실제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전기는 전체 전기 소비량의 10%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0% 이상이 일반용과 산업용 전기인데 실제로 아껴야 할 곳은 어디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윤 팀장은 “결국 기업체와 산업체에 가정이 전기사용료를 보조하게 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가진 제도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전력공사 사이버지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전기요금계산기 서비스. ⓒgo발뉴스
한국전력공사 사이버지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전기요금계산기 서비스. ⓒgo발뉴스

한국전력공사 사이버지점의 ‘FAQ’ 에는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 적용 이유’에 대해 “사용하는 전기량에 따라 소비자 소득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누진제를 적용해 “사회복지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윤 팀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경제적 능력 없는 이에게 면제나 할인을 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지 누진제로 (전기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게 보호냐”며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저소득층의 보호 차원에서도 요금 구조와 정책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식회사 월성원자력 제2발전소 한수원 과장도 23일 <경북매일>의 칼럼을 통해 “기업도 시민이다.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다”며 “당연히 블랙아웃이라는 사회적 재난 방지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당연한 책무에 금전으로 보상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며 “협력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 과장은 “(전체 전기사용의)비중이 낮은 주택용은 누진제를 완화해 국민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산업용·상업용 전기요금은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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