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책임’ 유정복 면피 발언 ‘모두의 탓’

“책임질 줄 아는 정치에 시민은 감동한다”

이미지출처=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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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 시장을 하다가 의회로 진출한 프랑스 정치인이 있었다. 시장으로 재직 중 작은 교량과 저수지 공사를 추진했다. 완공될 즈음 시장 직을 내놓고 그 시에서 출마해 프랑스 국민의회(하원) 의원에 당선된다.

책임질 줄 아는 정치에 시민은 감동한다

새 시장이 들어선지 얼마 후 지역신문에 의해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됐다. 교량에 균열이 발견됐을 뿐더러 저수지 공사가 애당초 설계와 달리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청 직원과 건설업자가 조사를 받았다. 새 시장은 전임 시장 때 시작된 문제지만 현재 시장인 만큼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전임 시장였던 하원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제가 시장으로 재임 중 발생했던 사건인 만큼 책임을 지겠다”며 “시장으로서 주민에게 누를 끼친 주제에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직을 수행하기 부끄럽다”고 말한 뒤 의원직을 사퇴했다.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온 전임 시장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새 시장은 전임 시장을 시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 시장과 새 시장이 우파와 좌파로 나뉘어 치열한 정쟁을 일삼는 여당과 야당 소속인데도 말이다.

필자가 프랑스 체류중 인상 깊게 봤던 정치적 사건 중 하나다. 이런 일이 왜 대한민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까. 왜 한국 정치에는 ‘감동’이 없는 걸까.

유정복, 대통령과 함께 사고책임 사실상 최상위

세월호 사고 직전까지 안전행정 콘트롤타워에 앉아있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이번 참사를 키운 장본인 중 하나다. 재난대응 매뉴얼조차 작동되지 않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인명들이무참하게 바다에 수장됐다면 그는 분명히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 중 하나다.

그가 청와대의 부름을 받아 인천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 장관 직에서 사퇴한 건 지난 달 5일. 새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40일전이다. 신임 강병규 장관이 자신의 비서 얼굴을 파악할 시간적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터진 참사다. 책임 순위를 매긴다면 대통령 말고 유정복 후보만큼 최상위에 오를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런데 그가 ‘물귀신 발언’을 했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세월호 참사 책임 관련 질문을 받자 전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이다.

유정복 : 이런 사고 발생 시에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 대응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한 점이 아쉬운데...

정관용 : 어떻게 보면 유정복 후보가 장관 시절에 그런 매뉴얼이나 또 훈련이나 연습 같은 게 잘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비판이 나올 수 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정복 : 뭐, 저는 이 세월호 참몰 사고로 인해서 그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겠습니까?

40일전까지 안행부장관 ‘물귀신 발언’

무슨 얘긴가. 모든 사람이 이번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니.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이다. 피눈물로 지새우는 유가족이나 자식의 시신 조차 수습할 수 없어 바다만 바라보며 가슴을 치는 실종자 가족들이 대체 이번 참사에 어떤 책임이 있다는 말인가.

이미지출처=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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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을 달고 애도하며 함께 슬퍼한 국민들도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는 저 사람. 40일전까지만 해도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다.

물귀신 발언도 부족한지 변명까지 늘어놓았다. 박근혜 정부와 자신의 안행부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잘 해왔는데 현장에서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정관용 : “직전에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내셨기 때문에 유정복 후보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정복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이러한 재난안전과 관련한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서 그 동안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마는... 무엇보다도 이런 사고 발생 시에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대응 시스템을 작동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재난안전에 혼신의 노력”? 그 결과가 302명 실종에 0명 구조?

결과로 말해야 할 공인이 엄청난 참사 앞에서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도 하려들지 않는다. 재난 안전과 적폐 해소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온 결과가 302명 실종에 구조 0명이란 말인가.

“아쉽다”는 표현을 썼다. 자신은 이번 참사의 관망자일 뿐 관련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또 현장 탓으로 돌렸다. 현장까지 책임져야 하는 게 콘트롤타워인 안행부의 역할이다. 도의적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친박 안행부장관이 이러니 안행부의 외청인 경찰은 오죽하랴. 9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서울경찰청장이 일선 경찰에게 황당한 지시를 내렸다.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을 ‘불법시위자’로 간주하고 시위에서 차단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것이다.

안행부 외청인 경찰, “노란 리본 달면 불법시위자”

‘노란리본 집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 이를 막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경찰. 명백한 월권행위이자 직권남용이다. ‘정치적 이용 우려’가 집회를 막을 근거가 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는 없다. 잘못했다는 반성도 없다. 단지 이번 참사가 자신이 치러야할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뿐이다.

불과 40일전만 해도 302명 중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재난 콘트롤타워 책임자 였던 유정복 후보. 40일전 장관직을 그만뒀으니 책임질 것 없다는 투다. 자신의 시장 재임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을 사퇴한 프랑스 정치인과는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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