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경신 작가 페이스북

마지막 순간을 생각한다. 춥고 캄캄했을 것이다. 물은 차올라오고 공기는 희박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설마 이게 끝은 아닐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희망은 점점 약해졌을 것이다. 그 고통의 마지막이 길지 않았기를, 않았기를 바라지만, 일 초가 백 년 같았을 것이다. 짐작만 할 뿐이다. 생각한다 해도 바뀌는 건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안 할 수가 없고, 하지 말자는 생각도 안 든다. 도와줄 수는 없었지만, 살려줄 수는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기억은 해야 한다. 심장에 대못을 박고 살아야 한다.

비통, 원통, 황폐, 황망, 참혹, 참담... 이런 심경을 표현하는 단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나 그 어떤 단어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 앓았다. 애간장이 정말로 끊어질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모두가 각자의 몫으로 아프고 각자의 아픔으로 절망한다.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나보다 수천 배 수만 배 아픈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절망에 절망을 곱한다.

실낱 같은 희망이라는 말을 어느 때보다 많이 들었다. 겨우 실낱 같은 희망에 기대어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이라니, 이럴 수가 없는데 이렇다.

함께 밤을 새우며 절망하던 이들을 떠나보내고,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는 이들을 생각한다. 비바람 불어오는 팽목항을 생각한다. 빈자리를 생각한다. 떠난 이들의 빈자리, 관심의 빈자리, 무엇보다 아이들의 빈자리.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잃어버렸다는 불평은, 그때까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덧없는 생명과 함께, 그 배에 타고 있었던 학생이 아니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과 가족들의 소외감을 생각한다. 생명은 약하고 유한하지만, 이런 마지막은 있을 수 없다. 시비를 가리고 잘못을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그들의 삶을, 우리는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적인 자리에서 본인에게 들은 이야기라 꺼내놓기가 그랬던 얘기를 덧붙인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이야기다. 그곳에서 진득하고 이성적으로 처신할 사람이 아니란 건 진즉 알았지만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 또 망연해졌다. 그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한 피해자의 보호자였다. 그때는 기자 신분이 아니라 학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착해빠져서 불의를 참지 못하는 심성인데 그런 일을 겪었으니 이번 상황을 지켜보며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피폐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가족들의 심정을 알았을 테니.
나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는 분들 중, 일면식이 없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모두 같은 마음이라 믿는다. 고발뉴스 사이트로 들어가서, 그를 응원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 모든 상황을 꼭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춥고 캄캄한 곳에서 죽어간 이들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