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건강 악화로 구급차에서 북녘 가족을 만났던 김섬경 할아버지가 5일 숨을 거둔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할아버지는 2월 이산가족 상봉에서 64년을 기다린 딸 춘순 씨와 아들 진천 씨와 재회했다. 6·25 전쟁 당시 만삭이던 처와 어린 남매를 친척집에 두고 잠시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북쪽 집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했다.

좋지 않은 건강에도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며 구급차에 실려 금강산으로 향했던 김 할아버지는 상봉 첫날 비좁은 구급차 속 침대에 누운 채 자녀를 만났다. 하지만 이튿날 건강 악화로 중도에 상봉을 포기하고 조기 귀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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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아버지의 병세는 이후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상봉 때 김 할아버지와 동행했던 남쪽 아들 진황 씨는 8일 대한적십자사 관계자에게 부친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금강산에서 북녘 자식을 보시고 나니 그리움의 한을 놓으신 것 같다”며 “자식 된 도리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이 소식이 알려져 통일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진황 씨는 “통일이 되면 유골은 북녘 형제들에게 보내려고 한다”며 “형제들에게 아버지가 운명했다는 소식을 전할 길이 없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할아버지는 금강산에서 북쪽 아들, 딸과 헤어지기 직전 ‘여한이 없느냐’는 진황 씨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북쪽의 자식들과 헤어질 때 딸 춘순 씨가 김 할아버지에게 “돌아가시지 말고 통일되면 만나요”라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지만 결국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말았다.

6·25전쟁 참전 군인인 김 할아버지는 국립이천호국원에 안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하늘에는 38선이나 가로막는 장벽이 없을 겁니다. 유유히 넘나드시며 그리운 가족과 상봉하시길”(EXI****), “참 가슴 아픈 삶을 사시고 그래도 운명 전에 아들, 딸을 보아서 다행이긴 합니다. 저 세상에서는 북쪽에 두고 왔던 처하고도 만나고 못 다한 사랑도 가졌으면 합니다”(땡포****), “안타깝네요. 빨리 통일이 돼야 할 텐데”(희망****), “당신의 앞을 막던 모든 장애물을 초월하셨으니 이제 자유롭게 훨훨 날아,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들, 하고 싶었던 말들을 자유롭게 하며 60년의 한을 몽땅 푸세요”(길마****)라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