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또 다시 ‘경색국면?’ 여‧야 맹비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나흘 앞둔 21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연기 발표를 해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돌연 행사 연기로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 가족들은 망연자실하며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남 사이의 당면한 일정에 올라있는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행사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연기한다”며 “(남한 정부가)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미룬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조평통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구속 사건에 대해서도 “내란음모사건이라는 것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북남사이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사냥극’을 미친듯이 벌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남북은 지난 16일 이산가족 상봉 남측 대상자 96명, 북측 대상자 100명의 최종명단을 교환해 25일부터 30일까지 행사를 가질 예정이었다. (☞ 관련기사 “이산가족 상봉 선발대 방북…상봉단 숙소 등 최종조율”)
그러나 이날 북한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기대에 부풀었던 이산가족들에게 큰 허탈감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연합뉴스>에 “현재 국면에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지 않겠나”라며 “숙소 문제는 실무적인 문제라 그것 때문에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 하루 이틀 연기되더라도 상봉행사는 열릴 것”이라고 <연합>에 말했다.
북한의 돌연 행사 연기 발표에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날선 비판을 던졌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마치 손바닥 뒤집듯 수 차례의 회담을 통해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어기는 행동은 북한이 아직도 외교의 원칙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줄 뿐”이라며 “모든 일에 정치적인 이유를 앞세워 합의 사항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이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평화와 공존을 바라는 남북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었다”며 “특히 이산가족들의 오랜 아픔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또 미뤄진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이 갑작스럽게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연기한 핵심 연유가 무엇인지 의아하다”며 “우리정부도 진의 파악 노력과 함께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북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 발표에 통일부 류길재 장관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긴급회의를 소집, 우리 측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