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전보 대상이던 철도노조원 조상만 씨가 3일 경남 창원시 마산 회원구의 한 주택에서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사회 각계 원탁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 씨의 죽음에 대해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4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철도공사가 강제 전출을 통해 지난 12월 철도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조 씨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타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철도공사 마산신호제어사업소에서 전기원으로 근무하던 조 씨는 지난 3월 마산에서 진주로 전출됐다. 그러던 중 4월 들어 한 달 만에 다시 강제 전출대상으로 선정되자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은 “조상만 조합원에게 노동조합이 해준 것이 딱 하나 있다” 며 “전보조치로 온지 한 달밖에 안 된 사람인데 또 보내겠다고 해 너무 힘들어 한다. 이번에는 빼달라고 딱 한번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전국의 12개 지역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인사위원회에선 철도 직원들 다른 곳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인사위원회에도 노동조합원은 단 한 사람도 그 자리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 조치가 왜 잘못됐는지 호소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공사 경영진들이 노동조합 때문에 아무런 인사조치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말”이라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파업 때 숙련되지 않는 대체 인력 투입하면 사고가 난다 했다. 그럼에도 최연혜 사장은 숙련되지 않은 사람을 투입해 사고가 났다”며 “차량을 검수하고 정비하는 사람들 사람이 없어서 연장근무를 해야 하고, 동료가 휴가 들어가면 대체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경영진은 인원이 차고 넘친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람이 죽는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파업이 대수고, 노조위원장이 감옥 한 번 더 가는 게 대수냐”며 “강제 전출을 제발 멈춰 달라. 멈추지 않으면 노조위원장이 또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열차를 멈춰서라도 강제전출을 멈추게 하겠다”고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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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조 씨의 죽음에 국회와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철도 파업은 국회에서 여야의 중재로 철도산업의 발전 방안과 민영화 논란을 국회 철도소위를 구성해서 이어가기로 하고 파업을 접은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3개월간 철도 소위가 한 것이라곤 국토부와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들었을 뿐 아무 진전과 성과도 없이 철도 소위원회를 공전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그 사이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은 국토부와 철도공사 측의 대량해고, 징계, 손해배상, 가압류, 강제전출 등 치졸한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타살”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이 정부는 법과 원칙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고 하지만 그 법과 원칙은 자신들이 유리할 때만 내세우는 자신들만의 법과 원칙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국회가 어렵게 중재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았으면 성의를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최연혜 사장 철도 소위에 출석해 노조가 너무 강해서 오히려 철도 공사가 ‘을’이라는 궤변만 늘어놓았다”며 “철도공사 사장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그 어떤 노력과 소신도 보여주지 못했다 즉시 사퇴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철도공사는 3월부터 ‘정기순환전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강제전출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런 강제전출이 비연고지 생활에서 오는 어려움과 고립감을 넘어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시키는 ‘노조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