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2억 원을 투자해서 차린 카페에서 투자비는커녕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쫓겨나가게 된 이른바 ‘분더바 사태’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세입자 및 임차인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카페 분더바 운영자 A 씨는 남편과 서울시 연희동 주택가에 단독주택을 임대해 카페를 열었다.

A 씨는 단독주택을 카페로 운영하기 위해 자신이 비용을 들어 건축물 용도변경 신청 했고, 정원과 테라스 등을 만드는 등 초기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 정도를 투자했다. 이후에 영업, 투자비용 등 보증금까지 환산해 총 2억 정도 들어갔다.

카페를 연 지 3, 4개월 때까진 카페가 생겼는지도 모를 정도로 장사가 잘 안됐다. 하지만 점차 단골이 하나씩 늘면서 블로거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강남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 생길 정도로 입소문 난 카페가 됐다.

그러던 중 A 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카페를 연 지 7개월 만에 계약해지 내용 증명을 받았다. 애초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0만원으로 2년 우선 계약을 하고 그 이후에 연장 계약을 하기로 했지만, 집주인은 두 달 치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계약 해지 통보를 한 것이다.

이후 집주인은 강제 집행예고장을 카페에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권리금까지 내고 들어오겠다는 새로운 양수인이 나타났지만 집주인은 새로운 계약을 요구하는 A 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A 씨는 “집주인 본인이 직접 이곳에 프랜차이즈 업장으로 쓰기 위해서 처음부터 시간을 끌면서 자신의 양도양수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계속 집주인 측과 협상을 요구했지만 집주인 시간을 끌며 만나주지도 않았고, 결국 권리금, 초기투자비용 등을 받지 못한 채 카페는 철거됐다.

A 씨는 “아래층이 카페고 2층이 주거공간이었다”며 “선고집행을 당하면서 입은 옷만 남겨놓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철거가 이뤄졌다. 요즘은 이제 차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고, 남편은 충격으로 어제 또 병원에 실려갔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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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은 분들의 모임의 김영주 변호사는 “보증금에서 월세를 공제하는 건 우리 판례에선 임대인의 선택”이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월세를 조금 공제하면서 기다려주든지 아니면 곧바로 명도소송을 넣어서 강제집행까지 하는 것은 결국 임대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A 씨처럼 평범한 가정집을 카페로 만들어 상업적 가치를 높여 놓았지만 권리금조차 못 받고 쫓겨난 것과 관련해선 김 변호사는 “지금 우리 법상에서는 권리금이나 임차인들이 만들어놓은 영업가치를 보장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며 “법적으로 유익비, 필요비, 부속물매수청구권 등이 있지만 이는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이미 다 포기하기로 약정이 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임차인의 권리보장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카페 ‘분더바’와 같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홍대나 가로수길처럼 유명한 상권에서 임차인들이 열심히 일해 상업 가치를 높여 놓을수록 이런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열심히 할수록 오히려 약탈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임대인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장사가 잘 되면 이곳에서 지금 임차인을 내쫓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들였을 때 그 권리금을 임대인이 받을 수도 있다. 또는 임대인의 가족이나 다른 지인들이 여기서 영업을 하면 이미 쌓아놓은 가치 위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억울한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보완책으로 김 변호사는 “임대인이 건물을 제공을 해 새로운 가치가 발생된 것도 있지만 임대는 어차피 월세를 상승시켜서 그 가치를 회수하기 때문에 주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임차인에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분더바의 경우처럼 영업을 해 줄 다른 임차인을 데리고 와서 그 임차인에게 영업가치, 그 해당 임차권을 양수도 해 주면 그 임차인이 일정한 금액을 내고 들어와서 영업을 할 수 다는 것도 영업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 한 방법”이라 설명했다.

다만 “이럴 경우 현재 임차인의 양도에는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임대인의 의사에 따라서 진짜 아무것도 없이 나가느냐, 아니면 영업 가치를 보장받고 나가느냐가 결정되는 좀 불합리가 있다. 때문에 이 부분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동의한 것처럼 간주를 해서 임차인이 양수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