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기준으로 입법권 침해 비판 제기.. 논란은 여전
야간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지난 2009년 9월 같은 조항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지 5년여 만에 한정위헌 결정하면서 집시법 제10조는 사실상 실효성을 잃게 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27일 헌재는 서울중앙지법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집시법 제10조와 이를 어겼을 때의 벌칙을 규정한 제23조에 대해 위헌 제청한 사건에 대해 재판관 6(한정위헌)대 3(전부위헌) 의견으로 한정 위헌 결정했다.
이번 위헌 심사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집시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원에 약식 기소된 강 모씨 사건을 법원이 헌재에 위헌제청하면서 시작됐다.
헌재는 다수의견에서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 의미의 야간, 즉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건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이며 이때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한 “낮 시간이 짧은 동절기 평일의 경우, 직장인이나 학생은 사실상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거나 명목상의 것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헌재는 “집시법의 해당 조항을 이미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적인 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해가 진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24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는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가 진 뒤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할 수는 없지만, 자정 이후 시위는 입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해 향후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다만 김창종·강일원·서기석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유사한 구조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으며 그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중대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법적 공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야간시위에 대해 주간시위와 마찬가지 규율이 적용되는 점을 비춰보면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해 특정할 수는 없으므로 원칙으로 돌아가 전부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에 위헌제청을 신청했던 쪽은 헌재가 시위 허용시각을 제시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한겨레>에 “2009년에 헌재는 (옥외집회 금지 사건에서) 특별한 시간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헌법불합치 판단만 했다”며 “시간을 제한하는 건 입법부 권한이라고 봤기 때문”이라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그런데 이번에는 자기들이 ‘자정’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입법권을 행사했다. 자정을 기준으로 내세운 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박 변호사는 “100보 양보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해도 자정은 너무 협소하다. 시간대를 다 풀어줘도 장소·소음, 신고 문제 등으로 주간시위와 같이 통제를 받는다. 야간시위를 시간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