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단법인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의 피터 김 회장은 현지시간으로 4일 “동해병기 법안에 대한 버지니아 주 의회의 하원 전체회의 심의·표결 일정이 5일 오전 11시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 데이브 마스덴 상원의원이 발의해 이미 상원을 통과한 법안(SB2)은 주 의회 규정상 하원에서 교차 심의·표결을 거쳐야 하며, 이를 통과하면 주지사가 서명하도록 돼 있다. 교차 표결은 상원 법안은 하원에서, 반대로 하원이 발의한 법안은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원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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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원을 압도적으로 통과한 같은 내용의 동해병기 법안은 상원 교육위원장이 교차 심의·표결 거부해 지난 3일 자동 폐기돼 하원에 계류 중인 상원 법안의 통과에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흑인인 민주당 루이스 루카스 상원 교육위원장이 심의 거부를 한 이유에 대해 마크 김 하원의워은 “흑인으로서 동양인들의 역사보다 흑인의 역사를 먼저 교과서에서 올바르게 잡아야 하는데 왜 동양인 도와주는냐는 인종차별하는 식으로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원의 법안 폐기에 이어 하원에서도 공화당 스티븐 랜더스 교육위원장이 동해병기법 원안의 처리를 사실상 무산시키는 수정안을 내놓고, 이에 민주당 제니퍼 맥클러랜 의원을 비롯한 흑인의원 모임인 ‘블랙 코커스’(Black Caucus)가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실정이다.

진보적 성향으로 알려진 블랙코커스 의원들이 보수 성향의 랜더스 위원장의 수정안을 지지하는 것은 이 수정안에 흑인과 원주민들의 문화적 기여를 인정하는 내용을 교과서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 수정안이 하원에서 가결될 경우 상원에서 또다시 교차심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며칠 남지 않은 올해 회기 일정을 감안하면 이미 상원을 통과해 하원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 동해병기 법안은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은 “공화당 지도부에서 동해병기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낙관적”이라면서 “랜더스 위원장의 수정안도 아직 공식 제출되지는 않은 상태여서 아예 상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보수 공화당 의원과 흑인의원 모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테리 매콜리프 주지사를 곤경에 빠뜨린 법안을 폐기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동해병기 법안이 상·하원에서 모두 폐기될 경우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로서는 일본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재미 한인들의 비난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