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법, ‘사교육 규제’ 알맹이 빠져

“공교육보다 사교육 먼저 금지해야”

정상 학교 교육과정보다 앞서 진도를 나가는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특별법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로 표결 없이 통과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여 올해 하반기부터 일선 학교의 선행학습이 금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8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선행학습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선행교육과 선행출제로 사교육이 과다해지고, 이로 인해 공교육의 부실화와 서민 경제의 부실화가 나타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통과된 법안은 수행평가와 중간고사 등 학교 시험에 학생들이 배운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외국어고, 과학고 등 학교별 입학전형에서도 입학 단계 이전의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어선 문항을 출제도 금지 된다.

입학전형에서 학교 밖 경시대회 실적이나 각종 자격증을 반영하는 것도 금지된다. 논술, 면접 등 대학 입학전형에서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내용은 출제할 수 없다.

향후 정부는 이 법안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교육부 장관 소속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와 교육감 소속인 ‘시·도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을 위반하는 학교와 교사는 인사징계, 재정지원 중단 또는 삭감, 학생 정원과 학과 감축, 학생모집 정지 등 중징계를 받게 된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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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으로 사교육이 횡행함에 따라 공교육이 무너지고 서민ㆍ중산층의 가계경제가 악화하는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부 교육계 환영하고 있지만, 경쟁적 입시 해결에 대한 접근은 없어 사교육 시장에서 ‘풍선효과’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나오고 있다.

법안에는 학원 등 사교육 기관에 대해선 선행교육 광고를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학습 자율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을 고려해 학원에서 이뤄지는 선행학습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사교육을 받으려는 주된 목적은 선행학습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좀 더 우수한 성적을 받으려는 것”이라며 “우수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그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오히려 사교육에서 찾으려는 수요가 늘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하병수 대변인은 <경향>에 “수능에 중점을 둔 고등학교에서는 2학년 때 이미 3학년 과목까지 학습을 마치는 파행적인 모습이 일어나고 있다”며 “대학입시에 대한 적극적인 개혁이 없는 한 법안은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비록 학원의 선행교육에 대한 규제가 빠졌지만,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선행교육 상품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만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으며,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이사도 <경향>에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선 출제를 하는 대학에 대해 정부가 중징계로 강력하게 제재하면, 학원가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부분 네티즌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공교육’은 정상화 될 겁니다. 아마도 대신 대입에서는 변별력 강화랍시고 미국 대학들처럼 비교과활동 전형요소를 강화하겠죠. 기존의 학원·과외중심 사교육은 몰락하고 컨설팅 중심의 레알 귀족형 교육시장이 형성될 듯”(@noo****), “단지 선행학습만 없애면 지금 학생들에게 가중되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데에는 부정적이다”(@Lap****), “공교육개혁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유럽선진국들은 개별맞춤식교육으로 학생들 재능과 학업속도를 존중하는 방향인데 획일적인 선행학습금지라니 웃겨도 너무 웃긴다”(@won****)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선행학습 금지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들은 사교육에 대한 규제가 빠져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자신을 학생이라 밝힌 한 트위터리안(‏@kur****)은 “구체적인 법안은 아직 안 나왔지만 선행학습 금지시킨다는 건 학생인 나로서는 좋다”면서도 “다들 학원 다니고 고등학교 과정까지 하고 있는데, 공교육에서 선행금지를 먼저 시킬게 아니라 사교육부터가 문제다. 선행학습 자체를 철저히 금지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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