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남 여수 앞바다 유조선 사고로 유출된 원유량이 애초 GS칼텍스 발표보다 200여 배나 많은 16만 4천 리터(약 164톤)인 것으로 해경 조사결과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여수시 낙포부두의 원유 유출 사고를 수사중인 여수해경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싱가포르 선적 유조선 16만4000톤급 유조선 우이산호가 안전속도(3~5노트)를 무시하고 7노트의 속도로 무리하게 부두 시설물에 접안을 시도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이어 “사고 선박이 뱃머리로 부두와 잔교를 들이받아 해상의 이송관 3개가 부서지면서 원유,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이 바다로 흘러들었다”며 “GS칼텍스 직원과 구멍난 시설물을 조사해 16만 4천 리터가 유출된 것으로 일단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애초 GS칼텍스 측이 말한 8백 리터보다 205배 정도 많은 양이다. 해경도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1일 오후 1차 언론브리핑에서 GS칼텍스 측의 자료 등을 근거로 유출량을 1만 리터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16배 많았다.

실제 GS칼텍스는 사고 당일 오전 여수시에 ‘8백 리터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해경과 여수시는 GS칼텍스 쪽의 보고를 바탕으로 방제에 나섰으나 기름띠가 길이 4㎞, 너비 1㎞로 확산되자, 뒤늦게 선박 200척과 1000여명을 추가로 투입해야 했다. GS 측의 늑장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22분 뒤에야 여수해양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신고를 받아 방제정 등 11척을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방제정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 1시간이 지난 후로 이 때 유출된 기름은 이미 조류를 타고 남쪽으로 3㎞쯤 떨어진 여수시 신덕마을을 덮쳤다.

여수해경도 기자회견에서 “원유부두를 운영하는 GS칼텍스가 사고 직후 해경에 신고하지 않아 방제작업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 ⓒ 'KBS'

이에 회사 측은 “30분쯤 뒤 해경에 전화했는데 받지 않아, 다시 40분쯤 뒤 해경 해양오염방제과장에게 전화로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GS칼텍스 쪽은 사고 직후 연안 쪽 이송관로의 차단밸브를 자동으로 막지 못하고 30분 이상 수동으로 잠그는 등 허술한 대응으로 사고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사고 책임이 유조선에 있는 만큼 신고를 안 하고 유출량을 축소할 이유가 없다. 초기 상황이 워낙 다급해 제대로 조처가 되지 못했다. 차단밸브는 충돌 순간 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바람에 수동으로 잠글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해경은 사고 이후 사흘 동안 선박 200여척을 동원해 해상의 두꺼운 기름층을 대부분 제거했고, 국지적으로 남은 기름띠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안가 방파제와 갯바위에 기름이 아직 엉겨 붙어 있어 이를 모두 제거하는 데까지는 1~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원유 유출량과 방제 작업의 진도를 고려할 때 사고 해역에서 반경 9㎞(5해리) 안의 여수시, 남해군 양식장에서 오염 피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상배 여수해경 서장은 “사고 선박의 선장과 도선사 2명, GS칼텍스 등 관련 책임자의 과실정도를 수사 중”이라며 “현재 추정치인 원유 유출량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