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 이남종 남긴 글 "유서 아냐" 강변

<조선>,<동아> 유서 남긴 의지 왜곡 보도..시민 장례위 '반발'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한 故 이남종 씨가 남긴 글이 유서가 아니라는 경찰과 일부 언론의 주장에 ‘민주투사 故 이남종 열사 시민 장례위원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 씨의 분신 사건을 조사한 백승언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은 “다이어리 전문을 보면 어디에도 유서 형식으로 쓴 글은 없다. 가족에게 쓴 게 (유서의)전부”라며 “짐을 지우고 간다. 슬퍼하지 말라고 가족에게 남긴 글은 유서가 맞다고 보지만 다른 것은 유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안녕들하십니까’라고 시작된 글은 정부 비판과 불만이 가득하고 최근 대학가에서 나도는 글과 비슷한 형식의 글이며 나머지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라는 글도 5줄이 전부고 국민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유가족 측에서는 유서가 모두 7통이라고 하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국민에게 썼다고 하는 것은 유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참여연대, 국정원 시국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민 장례위원회의 김상호 대변인은 “죽음을 암시하는 말이 있고 공개된 상태에서 어떤 누구도 유서가 아니라고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용을 보면 안부를 묻기 힘들다라는 대목과 여러분 보이지 않으나 체감과는 공포와 결핍을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시시오. 두려움을 가져가겠다는 부분은 국민을 상대로 묻는 것이고 자신은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가져갈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싸워달라는 대국민 메시지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이 끝까지 유서가 ‘아니’라며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들은 이 씨가 개인적 신변을 비관해 분신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내 논란을 빚고 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은 지난 2일 “서울역 분신, 편의점서 생계꾸린 가장이…유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형식?”이라는 기사에서 “이모 씨가 소지한 수첩에는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짐을 지우고 가 미안하다’라는 유서가 쓰여있었다”고 전했다.

<조선닷컴>은 이어 경찰 관계자 말을 통해 “이 씨가 광주광역시의 한 편의점에서 일했다”며 “분신자살 일주일 전 가입한 보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휘발유통, 벽돌형 톱밥, 압축연료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며 치밀하게 분신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 보도자료에서 이 씨가 가입한 보험이 동생으로 명의가 바뀌었다고 밝힌 부분을 부각시켜 이 씨의 분신은 ‘보험사기’를 노린 것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故 이남종 민주열사 시민 장례위원회 ⓒ 트위터(@LeeNJYolsa)
故 이남종 민주열사 시민 장례위원회 ⓒ 트위터(@LeeNJYolsa)

<동아일보>도 2일 “‘서울역 고가도로 분신 사망’ 놓고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이 씨의 동생은 경찰에서 “형이 신용불량 상황에 빚 독촉으로 평소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한 뒤 ”경찰은 “이 씨가 특정 단체나 노조에 소속된 것은 아니고, 부채와 어머니의 병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분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씨의 형은 “신용불량인 건 맞지만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힘들어하진 않았다”는 말도 함께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시민 장례위원회는 “경찰이 동생의 진술만을 듣고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에 대해 다른 의도가 있다”며 반발했다. 이 씨가 분신하면서 주장했던 내용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경찰이 사실상 고인의 뜻을 훼손하기 위해 동생의 진술 중 생활고와 관련된 내용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1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표 전 교수는 “가족의 동의 없이, 이 분의 경제 사정이나 부채, 개인 사생활 관련 내용을 마구 공개 유포하고 보도하며 애써 이 분이 죽음으로 주장하려던 ‘박근혜 사퇴’와 ‘국정원 사건 특검 도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막고 돌리려는 한심한 작태에 분노합니다”라고 경찰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가볍습니까? 당신들의 이익과 편함을 위해 그리 매도해도 되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한 뒤, “그동안 채동욱 검찰총장, 윤석열 검사, 철도노조 등 반대나 불편을 야기하는 대상마다 사생활 혹은 인격 내지 명예를 까발리거나 공격, 훼손하며 본질을 호도하던 작태를 생명손상 사건에서도 그대로 사용합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리 하실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씨의 죽음에 대해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moonriver365) “참담한 마음 가눌 길 없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문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안녕하지 못한 정치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만들었습니다”라며 “그분이 죽음으로 말하려던 뜻 아프게 와 닿습니다. 하지만 어떤 숭고한 목표도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하진 않습니다. 같은 비극이 더 있어선 안 됩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특검을 요구하면서 분신을 감행한 고 이남종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정치권이 깊이 돌이켜봐야할 것이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없도록 지난 대선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 말했다.

특히 우원식 최고위원은 “어제 한강성심병원에 갔었는데 도저히 추도사를 할 수 없어 돌아왔다. 정치권의 무기력이 나은 참사고 그 책임이 적지 않다는 자책 때문”이라며 “극단적 선택이 이남종 씨의 죽음으로 마지막이 돼야한다. 선택지가 있는 것 아니고 답은 이미 특검”이라고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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