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조사본부, 조직적 정치개입 결론은 지휘부로 넘겨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 요원들의 정치 댓글·트위터 활동을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자체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조직적 정치개입으로 결론짓지 못한 채 공식 결정을 국방부 지휘부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최근까지 사이버사 심리전 부대인 530단 소속 부사관과 군무원 등 90여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복수의 군 관계자들이 말했다.
조사본부는 사이버사 요원들로부터 압수한 컴퓨터 하드를 복구하고, 요원들이 활동했던 사이버 게시판 서버를 분석해 요원 개인별로 군형법상의 정치관여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조사본부가 이들의 활동을 ‘조직적 활동’으로 결론짓지 않고 국방부 지휘부로 판단을 넘긴 것은 조직 활동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본부 사정을 잘 아는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조직 활동의 범위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야 하느냐에 대한 지휘부의 판단을 구하지 않고 조사본부가 임의로 결론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정 정당 후보 비방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행동을 정치에 개입하는 조직 활동으로 볼지, 북핵과 제주해군기지 등 군과 정치권의 공통 주제에 대한 심리전 활동까지 조직 활동으로 볼지에 대한 판단은 정무적 범위에 포함된다고 조사본부는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조사본부가 수사의 최종 결론을 군 지휘부에 미룬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사의 활동 결과가 매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에 보고돼 지휘부가 사건 자체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군 지휘부의 의견이 조사본부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 글을 올린 사이버사 요원이 수십명에 이른다. 사이버사 조직의 특성을 제쳐놓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개인 일탈로 결론을 내리면 누가 신뢰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사무차장은 “수사는 사실을 발견해 인과관계를 밝히고 어떤 범죄를 구성하는지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조직 활동 여부를 지휘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은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으며, 법을 정치적 잣대로 보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본부는 사이버사 수사의 다른 핵심 사안인 국가정보원과의 연계 부분은 다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검찰에서 SNS 아이디 등을 협조받지 못해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계정과 비교하는 작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지금까지 명백한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