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 주장 위한 ‘알리바이’ 편성 의혹
박정희의 군사개발 독재시대 미화 논란으로 ‘KBS’에서 편성이 무산된 ‘강철왕’이 ‘TV조선’에서 ‘불꽃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내년 4월부터 전파를 탄다.
‘TV조선’에서 편성이 확정된 ‘불꽃 속으로’는 박태준 포스코 전 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20부작 드라마다.
7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TV조선’의 이번 편성은 내년 초 종합편성채널 재허가 시점에 맞춰 전략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편 네 곳 중 두 곳을 탈락 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TV조선’은 종편4사 중 ‘종합편성’에 가장 취약한 방송사로 지목되어 왔다. 보도·시사프로그램에 집중된 ‘TV조선’의 편성불균형은 재허가 시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TV조선’은 3부작 단막극 ‘파랑새는 있다’를 오는 12월에 편성했고, 내년 2월에는 16부작 미니시리즈 ‘백년의 신부’를 편성했다.
‘불꽃 속으로’와 ‘백년의 신부’는 재허가 국면에서 등장할 드라마로 재허가 실패 시 자연스레 편성이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편성은 ‘종합편성’을 주장하기 위한 일종의 알리바이 편성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TV조선’은 새로 편성된 ‘불꽃 속으로’에 대해 “열악한 환경과 절망의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불가능을 성공으로 이끈 철강왕 박태준 회장의 실존 인물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룰 것”이라며 “다양한 픽션을 가미해 주인공이 ‘철의 사나이’로 거듭나는 모습과 제철성공신화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준은 박정희 독재정권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비서실장이었고, 4선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인이다. 그는 포항제철(현 포스코) 사장에 취임해 26년간 제철 사업을 이끌어 왔다. 때문에 박태준의 인생을 풀어낸 드라마라면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TV조선’의 편성결정과 관련, 지상파의 한 드라마국 간부는 <미디어오늘>에 “박태준이란 인물 자체는 드라마틱하지만 드라마는 기업인 다큐보다 관심 없을 것 같다. 출생의 비밀이나 권력투쟁을 그리기도 어렵고 극에 강한 안티테제가 있어야 할 텐데 악역을 만들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결국 제3공화국의 신화와 ‘철강왕’을 만든 박정희가 조명될 텐데 극소수의 TV조선 애청자만 볼 것 같고 <한반도>보다 시청률은 더 안 나올 것”이라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8월 ‘불꽃 속으로’는 ‘KBS’에서 ‘강철왕’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올해 1월 방송 예정이었으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박정희 미화 우려를 내세우며 문제 삼자 편성이 되지 않고 있었다.
당시 새 노조는 “드라마 시놉시스에는 5·16이 쿠데타가 아닌 혁명으로 묘사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혁명을 꿈꾸어 왔고 혁명을 성공시킨 대통령’이라고 묘사돼 있었다”며 “박정희 시대의 치적을 과장하고 박정희에 대한 개인적 미화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게 드라마 초고를 접한 간부들 다수의 견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