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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아침, 늙은 교사의 기도“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 아주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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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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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07  14:47:17
수정 2013.11.07  14: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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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수능날 아침 늙은 교사의 기도

                                                                              - 김용택 -

한반도 남단
대한민국
2012년 11월 8일
이 땅에 태어난 남녀학생
66만 8522명이 1191개교 고사장에서
수학능력고사 치르는 날

이날
대한민국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
시민, 군인....
아니
비행기도 자동차도 휴대폰도
디지털 카메라, 엠피스리(MP3), 전자사전, 라디오도
이 땅에 사는 모든 잡귀조차
숨죽이며 죄인 되는 날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군대에서도 사라진 체벌에 인권유린조차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제갈 물려 살던
착하기만 한 아이들을 서열 매기는 날

오늘
양심을 팽개친 지식인도
교육자라는 이름의 공범자도
죄인이 된다

이 땅의 어머니는
혹은 절에서 혹은 교회에서
더러는 시험장 교문을 붙들고 오열한다

오늘을 위해 20년의 세월을 저당 잡혀 살아온
착하디 착하기만 한 청소년들이여
2012년 오늘
이 땅에 태어났다는 그 원죄를 벗고
고통의 세월, 억압의 세월....
그 한을 오엠아르 카드에 후회 없이 담아
기도하는 가족품으로 가세요

앞으로
모든 날은 웃으며 사는 날이 되기를
2012년 11월
수능 보는 날 아침
수험생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늙은 교사는 죄인이 되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이 시는 필자가 쓴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 꿈꾸다’(생각비행)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부끄러운 교사의 양심 고백이요, 참회의 기도문입니다. 2013년 11월 7일 오늘 다시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을 바라보는 늙은 교사는 지금도 똑같은 마음입니다.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바로가기)

오늘 2013년 11월 7일.
다시 수학능력고사라는 이라는 이름의 전국의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날입니다. 그 고통의 날들로 채워진 지난날의 힘겨움이 오늘 자신이 닦은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기도합니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도종환 시인이 꿈꾸는 핀란드 학생들처럼 웃으며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도종환 시인의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는 시를 여기 올려 둡니다. 마음 졸이는 부모님들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 도종환 -

차고 푸른 수평선을 끌고 바람과 물결의
경계를 넘어가는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내일 학교 가는 날이라고 하면
신난다고 소리치는 볼 붉은 꼬마 아이들 바라보다
그의 눈동자에는 북해의 물방울이 날아와 고이곤 했다

폭 빠져서 놀 줄 알아야 집중력이 생긴다고 믿어
몇 시간씩 놀아도 부모가 조용히 해주고
바람과 눈 속에서 실컷 놀고 들어와야
차분한 아이가 된다고 믿는 부모들을 보며
배우고 싶은 내용을 자기들이 자유롭게 정하는데도
교실 가득한 생각의 나무를 보며
그는 피요르드처럼 희고 환하게 웃었다

아는 걸 다시 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이며
열의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므로
배워야 할 목표도 책상마다 다르고
아이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학습목표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는 나라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도 없고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 아주 잘했어
이 세 가지 평가밖에 없는 나라

친구는 내가 싸워 이겨야 할 사람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멘토이고
경쟁은 내가 어제의 나하고 하는 거라고 믿는 나라

나라에서는 뒤처지는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교육이 해야 할 가장 큰일이라 믿으며
공부하는 시간은 우리 절반도 안 되는데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는 입꼬리 한쪽이 위로 올라가곤 했다

가르치는 일은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나랏돈으로 교육을 시켜주는 나라

청소년에 관련된 제도는 차돌멩이 같은 청소년들에게
꼭 물어보고 고치는 나라

여자아이는 활달하고 사내 녀석들은 차분하며
인격적으로 만날 줄 아는 젊은이로
길러내는 어른들 보며 그는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가 작은 우주라고 믿는 부모와
머리칼에서 반짝이는 은빛이
눈에서도 반짝이는 아이들 보며
우리나라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침내 그는 울었다

흐린 하늘이 그의 눈물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경계를 출렁이다가도 합의를 이루어낸 북해도
갈등이 진정된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가슴도 진눈깨비에 젖고 있었다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개방형 스마트 언론을 표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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