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방부·국가보훈처가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에 ‘반독재 민주화투쟁’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극단적 보수 편향의 안보교육 DVD를 국무총리실 등 정부 부처와 시도교육청, 예비군 훈련장에 대량 배포해 상영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한겨레>는 지난해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대선 두달 전인 10월 ‘박정희 유신독재’가 민주화 달성의 바탕이 됐다고 왜곡·미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안보교육 표준교재를 만들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고, 국정원에선 소속 직원이 신분을 감춘 채 육해공군을 대상으로 수십회에 걸쳐 ‘종북세력 실체 인식 교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정부 부처와 국가기관이 안보교육을 빌미로 대선에 적극 개입했다고 의심받을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한겨레>에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무총리실과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국정원이 배포한 ‘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 등 5개 동영상이 내부 안보교육 활용자료로 전달됐다. 

이 영상들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보훈처가 시도교육청, 학교,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에 1000개를 배포해 문제가 됐던 DVD 세트(58편의 동영상 수록)와 일부 내용이 같다. 국방부도 보훈처가 배포한 것과 39편이 겹치는 영상을 지난해 130만명이 받은 예비군 일반훈련에서 안보교육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배포한 ‘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란 동영상은 “종북세력이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하에서는 반유신·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방지해 세력 확산을 기도”했고, “지금도 진보 인사, 평화 애호 세력, 애국·애족 세력 등으로 포장돼 양심적 민주 인사인 양 행세하고 있다”며 반독재 투쟁 세력을 종북으로 몰았다.

또한 국방부가 안보교육 자료로 승인한 영상에는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이루자는 북한의 주장에 그대로 동조하고 있는 것”, “(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처럼) NLL을 평화지대로 설명하면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는 왜곡된 주장들이 담겨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은 지난해 국가정보원 직원이 ‘현대사상연구회’라는 단체 소속인 것처럼 신분을 감춘 이희천 씨를 강사로 내세워 육해공군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종북세력 실체 인식 교육’을 실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군 장병에게 모두 50차례 ‘종북’ 과목을 강연한 이씨는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부 전체가 국민을 상대로 뒤통수를 쳤구만?”(CTP****),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고 한사람을 위한 정부구나”(아싸라**), “도대체 어디까지 간 건가? 가도 너무 갔다”(앨**), “정부조직개입 안 된 곳이 없군!!”(백**), “하늘 가리고 있는 손바닥 치우고 이실직고하라”(천**), “총 동원령이 내려졌구만”(서울**), “나라가 썩어도 제대로 썩었어~”(개**), “별 짓거리를 다 했군. 민주국가에서 어째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갯*)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