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범국민촛불.. “진짜 투쟁은 지금부터”

서울역 14차 촛불집회, 국정원 넘어 대정부 투쟁으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제14차 범국민촛불집회가 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은 288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이하 국정원 시국회의)가 지난 6월 2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정원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국민촛불대회를 연 지 100일 째 되는 날이다.

국정원 시국회의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6월부터 매주 촛불집회를 한 지 100일이 됐지만 진짜 투쟁은 바로 지금부터”라며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알려지고 진상이 밝혀지고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기까지 2년 2개월이 걸렸다. 우리의 투쟁이 2년 2개월보다 더 오래 걸리더라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어 “촛불은 계속 된다. 끝까지 함께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제14차 범국민촛불집회가 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5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 이동호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제14차 범국민촛불집회가 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5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 이동호

특히 이날 집회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시작했던 촛불대회가 지난 3개월 동안 그 성격이 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자리였다.

국정원 사건은 물론 최근 논란이 된 대선공약들의 잇따른 파기와 교학사 역사 교과서 문제, 전교조 탄압, 밀양 송전탑 등 정부의 공안정국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정부는 9명 해직 교사를 빌미로 조합원 6만여 명이 있는 전교조를 법 밖으로 밀어내려고 한다”며 “전교조에 있는 해직 교사들은 부패 사학재단의 비리를 고발했거나 정치적 기본권을 위해 싸우다 해직된 분들이다. 이 분들이 정권의 폭압에 의해 해직된 것도 억울한데 다시 그들의 생존의 기본인 노동조합에서도 쫓아내려 한다면 그들을 두 번 죽이 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인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기본권”이라 강조하고는 “전교조가 지키지 못하는 노동기본권은 1200만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며 정부의 탄압에 함께 싸워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정부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밀양에서 올라온 농부 김정회, 박원숙 부부는 “지금 박근혜 정부가 밀양 땅에서 할머니들을 짓밟으며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나라에서 내라는 세금 한 푼 안 빼먹고 나라에서 하는 정책 두 손 두 발 다 들어 환영하고 따랐는데 왜 우리를 짓밟고 송전탑을 세워 할머니들을 죽이고 온 나라 강산을 죽이느냐”고 비난했다.

경찰의 인권 침해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김씨는 “우리 할머니들은 송전탑 현장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할머니들이 원하는 단식 투쟁이 아니고 공권력에 의해 음식물 반입이 차단돼 마지못해 하는 단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경찰로부터 음식공급을 차단 당해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해서 뽑아줬는데 이게 바로 서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회 씨는 아울러 “공사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땅을 파고 구덩이를 팠다. 한전과 정부는 구덩이라 하지만 우리는 마지막 저항의 수단으로 무덤을 판 것”이라며 “밀양 할머니들을 도와 달라. 하루하루가 급하다”고 호소했다.

ⓒ 이동호
ⓒ 이동호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위한 발언도 이어졌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곽이경 씨는 “동성애자들에 가해지는 낙인은 국민들을 종북으로 모는 낙인과 같다”며 “이는 과거 미국의 매카시즘을 생각나게 한다. 낙인으로 서로를 혐오하도록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얻고 국민의 저항을 막으려는 독재자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같은 시각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등도 서울역광장 맞은편 서울게이트웨이타워 앞에서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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