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이 루마니아와의 백신 스와프(교환)를 두고, ‘백신 거지’ 운운하며 정부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자, 방송인 김어준 씨가 “이게 왜 대국민사과 거리가 되는 거냐”고 지적했다.

김 씨는 23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방송에서 지난해 3월 루마니아가 한국에서 1천500만 유로 상당의 진단키트 등을 긴급 수송한 것을 상기시키며, 보수진영의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3월 당시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진단키트 확보에 사활을 걸던 시기로, 루마니아 정부는 한국산 방역 물품을 긴급 수송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수송기를 한국으로 급파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어준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세계 각국 정부가 진단키트 구입에 사활을 걸었던 당시 우리와 단기간에 계약 체결에 성공한 루마니아는 우리 정부에 감사를 표했고, 그해 9월 루마니아 재외 공관장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기조 연설자로 초청해 이렇게 말했다”고 되짚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전략적 동반자다.”

그는 “최근 루마니아 정부는 우리 정부와 상호 호혜적인 백신, 방역 물품 협력을 협의 중인데 모더나 45만 회분의 스왑도 그 대상”이라며 “그런데 보수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백신 거지’, ‘백신 처리국’으로 전락한 구걸과 굴욕이라며 정부는 국민께 사과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해가 안 간다”며 “루마니아는 자국 방역정책 상 남게 될 백신을 덴마크,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 판매하고 있고, 그리고 우리도 그 백신 일부를 우리 물품과 주고받는 스왑을 하겠다는 게 어째서 구걸이고 굴욕인 거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들이 어려울 때 우리가 지원했던 키트와 장비가, 그렇게 그들과 맺었던 우호적인 외교 관계가 이번엔 우리에게 백신으로 되돌아오는 건데 이게 왜 대국민사과 거리가 되는 거냐”며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용을 써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전날 여준성 보건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입장이 5월과 왜 정반대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마니아의 백신 무상공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5월 국민의힘은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 초당적 노력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미국에 직접 대표단을 파견해서 백신 스와프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여야 의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보낸 한국에 대한 백신 스와프 촉구 서한을 공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여준성 보좌관은 또 다른 글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허은아 수석대변인, 유승민 전 의원을 언급하며 “루마니아와 협의 중인 모더나 백신은 ‘폐기 직전’이거나 ‘유통기한 임박’ 백신이 아니”라며 “협의 중인 모더나 백신은 유효기한이 11월 이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