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요, 저희 캠프에서도 그렇고 국민들께 굉장히 죄송하다, 이런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11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김영우 전 의원의 사과다. 최재형 캠프 상황실장인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 보도로 촉발된 최 전 감사원장의 ‘선거법 위반’ 논란에 대해 “정치초보, 초년생 맞죠”라고 인정하면서도 구구절절 변명을 달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란 전제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 국민의힘 당 대선 경선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런데 이제 당시 상황을 잠시 말씀드리면 코로나 때문에 저희가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취소했었습니다. 그래도 그 이후에 서문시장의 상인연합회 분들은 만나는 걸로 약속이 됐어요. 그래서 그 분을 만나러 가는데 서문시장 앞에 지지자들로 보이는 많은 분들이 계셨어요. 

이 분들께 후보께서 인사를 하신다고 그랬는데, 이게 마스크도 쓴 상태로 야외고 이러다 보니까 어떤 분이 마이크가 있다고 그래서 제가 '마이크 있나요?' 해가지고 마이크를 제가 전해드렸죠.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된 겁니다. 선거법이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면 마이크를 잡지 말아야 되는데, 저도 사실은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고, 그래서 그날 빚어졌는데, 이건 의도적인 것도 아니고요.”

시종일관 변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심지어 재차 삼차 “선거법이 워낙 까다롭다”거나 “착각했다”는 강조도 반복됐다. 그러자 앵커가 나서서 “마이크를 혹시 녹음기로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라거나 “혼자 다 뒤집어쓰는 거 아니에요?”라는 우호(?)적이고 애처로움이 담긴 질문이 이어지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남은 관건은 중앙선관위 조사 결과일 터.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선관위 쪽에서 서류가 왔어요. 법률대응팀에서 면밀히 보고 진솔하게 답변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선관위가 실정법 위반을 따지고 차후 수사기관 의뢰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김 의원이 납작 엎드린 자세로 사과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의 조부 친일 논란에 대해선 반응이 사뭇 달랐다. 앞서 오마이뉴스에 이어 10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최 전 원장 조부의 ‘국방헌금 헌납’ 의혹에 김 전 의원이 적극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최재형 캠프 김영우 전 의원의 궤변 

“최재형은 캠프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답하라! 최재형의 증조부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주관으로 만주시찰단에 참가했고, 강원도 평강군의 면장이었다. 조부는 일제강점기에 강원도의원에 출마했고, 만주국 거류민단장이었고, 일제에 국방헌금을 헌납했다. 

그런데도, 최재형 후보가 자신을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고 줄곧 선전했다. 최재형의 거짓말이 폭로되자, 캠프 대변인을 내세워 나를 인신공격하고 있다. 최재형은 비겁하게 캠프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서서 해명하길 바란다. 조부 증조부가 독립운동가 맞나? 최재형은 후보직을 걸고 이야기하라.” (10일 안민석 의원 페이스북 글)

이날 안 의원은 매일신보 1938년 6월 30일자 ‘최재형 조부 일제 국방헌금 헌납 기사’를 공유한 뒤 위와 같이 해명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같은 날 청와대 또한 최 전 원장이 조부 친일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을 언급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이 공방, 계속 이어갈 의미 있는 건가요?”라는 앵커의 질문에 “의미가 없죠”라며 이런 답을 내놨다. 

▲ 매일신보 1938년 6월30일자 ‘최재형 조부 일제 국방헌금 헌납’ 기사. <이미지 출처=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제가 알고 또 전해 듣기에는 최재형 후보의 조부 최병규라는 분 있죠. 조부께서는 일제 강점기에 춘천고보 다니시면서 그때 일본 교사에 맞서서 동맹 휴학을 하고 그랬었어요. 그래서 학교 퇴학을 당했고, 그래가지고 졸업을 못 했죠. 나중에 정말 수십 년이 흘러서 명예졸업장을 받고 그랬는데, 그리고 주변 분들이 일제에 맞서서 여러 가지 용감한 행동을 많이 했다.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 굳이 그것을 안민석 의원님이 뭐 제대로 알고 하시는 말씀인지 모르겠는데, 무슨 친일 한 것처럼 마치, 근거도 명확치가 않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안민석 의원님께서 하시는 말씀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 분은 원래 최순실이라고 하는 인물이 독일에서 수조 원대 돈이 있다, 비자금이 있다, 이런 말씀도 하신 것 같은데.”

역시나 제기된 의혹과는 무관한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재차 문 대통령의 부친을 언급했다. “일제 침탈에 의해서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많은 우리 국민들, 이런 분들의 삶을 우리가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해야 됩니다”라는 궤변은 물론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끌어들이는 논전이탈과 함께.  

“그래서 지금 청와대에서도 대통령 부친,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이 흥남시의 농업계장이다, 이거 때문에 우리가 대통령의 부친을 친일파라고 몰아서는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저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의 많은 공무원들, 또 경찰들이 있었죠. 이런 분들이 다 친일파다, 토착왜구다, 이런 식의 발언이나 입장은 저는 틀렸다고 보고요. 그건 근거 없는 연좌제고요.

청와대에도 제가 꼭 한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여러 가지 군부대내 백신 문제나 아니면 김경수 경남지사가 다시 구속이 되고 막 이랬는데, 이런 거 국민들에게 진짜 중요한 관심사, 이런 거에 대해서는 별로 반응이나 어떤 사과나 사죄의 입장표명이 없다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거 보면 좀 희한합니다. 제가 볼 때는. 입을 열어야 될 때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켜야 될 때 침묵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아쉬움이 있네요.”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필요한 진짜 시간 

그러거나 말거나, 최 전 원장은 같은 날 “좀 더 공부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는 ‘준비 부족’ 발언을 이어나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의 강연자로 나선 최 전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정치에 발을 들이고 나서 보니 갑자기 쏟아지는 질문에 즉답을 해야 되기도 하고, 돌발적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라며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실수하게 되고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다”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서 '최재형의 선택과 대통령의 역할'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하필 이날은 최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지 딱 1주일 되는 날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1망언’으로 지지율을 까먹는 사이, 그의 대체제라 불리었던 최 전 원장 역시 윤 전 총장 못지않은 실언을 뱉어냈고, ‘선거법 위반’이나 ‘국가주의 가족 사진’, ‘감사원 공관 사적 유용’과 같은 논란을 자처했던 것이 사실이다. 

진짜 문제는 논란보다 그에 뒤따르는 무책임한 해명이라 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은 그 절정이었다. ‘독립유공자 미담’이 도리어 ‘친일 의혹’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오자 문 대통령을, 김 전 지사를 끌어들이는 수법은 말 그대로 물타기의 전형이지 않은가. 

시간이 그다지 많이 필요치는 않아 보인다. 대선 출마 일주일이 넘도록 “공부가 필요하다”는 최 전 원장의 ‘준비 부족’을 전 국민이 알아채는데 걸리는 시간 말이다. 그와 별개로, 최 전 원장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본인의 인생, 조상의 개인사를 찬찬히 되돌아보고 공부할 시간이 아닐 듯 싶다.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조부가 독립운동을 했는지, 친일을 했는지 확인할 시간 말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