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막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1.5도를 마지노선으로 정한 겁니다. 전망은 암울합니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 IPCC가 오늘 6차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1.5도 오르는 시기를 2021년부터 2040년 사이로 전망했습니다. 당장 올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는 어떤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40년 이전에 1.5도 선이 무너질 거라고 봤습니다. 3년 전만 해도 이 시기는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였습니다. 시한폭탄이 그새 10년이나 앞당겨졌습니다.” (9일 <뉴스데스크>, <더 빨라진 지구온난화…“30년 뒤 북극 얼음 다 녹을 수도”> 리포트 중)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실로 무시무시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같은 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또한 “인류에 대한 레드 코드”라는 경고를 날렸다. 스웨덴 환경 운동가로 잘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는 또한 “새 IPCC 보고서 내용은 크게 놀랄 것도 없다”며 “이제 보고서의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용감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우리의 몫”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전 세계인들이 위기를 실감하지 않으면 암울한 미래가 앞당겨질 거란 경고는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겪고 있는 폭우와 폭염 등 기후위기의 증거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 곳곳에서 발생되고 있는 산불 재해 및 이로 인한 어마어마한 탄소배출량도 그러한 위기를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산불과 사투를 벌이는 건 그리스 뿐만이 아닙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한 남부 유럽은 물론이고, 터키와 러시아도 산불로 신음하고 있고, 남미와 미국, 캐나다까지. 그야말로 지구 곳곳이 활활 불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염이 전례 없는 재난을 만들어 낸 건데,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산불로 3억 4천만 톤이 넘는 탄소가 배출된 걸로 추산됩니다. 관측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인데 한국 전체가 6개월 동안 내뿜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탄소 배출 때문에 생긴 이상 고온이 산불을 부채질하고, 이 산불이 다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9일 MBC <뉴스데스크>, <세계 곳곳 ‘꺼지지 않는’ 산불…탄소배출량도 최대> 리포트 중에서)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집권여당 유력 대선주자들의 대안과 실질적 정책은 마련돼 있을까. 아니, 각 후보들이 실제 당면한 기후위기를 비상으로 인식하고는 있는 걸까. 그런 점에서, 최근 3호 공약으로 ‘기후정의와 함께 하는 에코 정치’를 내세운 추미애 후보의 행보는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호 공약’ 에코정치 내세운 추미애  

“다음 세대에 우리가 물려주는 아주 나쁜 세 가지는 불평등 양극화, 분단, 온실가스입니다. 다음 5년은 우리에게 운명의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불평등에는 토지정의를, 분단에는 평화 정의를, 온실가스에는 기후정의를 세우는 길로 가야 미래가 열립니다.”

추 후보가 10일, 전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6차 보고서를 언급하며 적은 페이스북글 중 일부다. 추 후보는 “지구가열의 급가속으로 탄소중립에 관한 구체적 계획과 실천이 당장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라며 “이런 긴박성과 위기 경고에 비추어 볼 때 지난 5일 정부 탄소중립 위원회가 발표한 대책은 매우 보잘 것 없는 안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추 후보가 지난 4일 ‘정의로운 녹색 전환’을 목표로 ‘에코정치’를 3호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정부 또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를 위해 기후위기 인식  공유 및 민과 정이 함께하는 ‘비상 계획, 비상행동, 감시체계의 삼박자 가동’을 촉구한 추 후보. 그는 지난 5일 탄소중립시민회의의 7일 출범을 환영하며 기후위기 및 탄소배출 감소에 대한 7가지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끈 바 있다. 

▲ <이미지 출처=추미애TV 화면 캡처>

추 후보는 제안한 내용은 ▲ 기본적인 ‘기후정의의 관점’ 및 기후약자에 대한 고려를 담은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할 방책’ 필요 ▲ 현재 탄소감축 계획 내 화석연료 지원 체제의 변화상 추가 ▲ 단계적 탄소감축과 시너지를 낼 재생에너지 개발 내용 정리 ▲ 국회보다 앞서 탄소중립시민회의의 탄소배출감축 규모 NDC 정리 ▲ 탈내연기관 전환의 시점,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 및 추진 ▲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전문적 역량 강화 및 중요 논의주체로서의 위치 확립 ▲ 그린 뉴딜의 사회적 대전환로서의 관점 확립 등이었다. 

추 후보는 앞서 공약 발표 당시에도 기후정의를 헌법적 기본권으로 확정하자고 주장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다음 세대에 온실가스를 물려주지 말자는 결의에서 볼 수 있듯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출범에 앞선 고언 역시도 구체적이라 할 수 있었다. 민주당 또한 이런 기조에서 지난달 27일 대선경선 후보들의 탄소중립 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와 아이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공염불 돼서야   

“(발표 공약은)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및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등을 중심으로 한 공약들이 주를 이뤘다. 여당이 대선경선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정책공약을 따로 발표한 것은 기후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책적 고민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후보 대부분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도, 여전히 ‘성장’의 새로운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녹색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놨던 정책과 특별히 차별성있는 공약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또 에너지 전환의 시점이나 방식 등은 거의 포함되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경향신문,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들의 탄소중립 공약은?> 기사 중에서)

이런 지적이 나올 법했다. 이전 권위주의 정부에서도 ‘녹색 성장’과 같은 구호를 앞세웠던 것은 매한가지 아니었던가. 작금의 위기 상황, 경고 사인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기후위기 아니 기후비상 시국임을 국민들 다수도 실감하게 됐다. 그런 만큼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관건일 터이다. 

추 후보처럼 선제적인 공약을 내건 것은 아니지만 후보들이 잇달아 관련 단체 및 활동가들을 만났다. 이낙연 전 대표와 박용진 의원은 각각 지난달 31일, 지난 1일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들을 만나 청소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달 31일 이재명 경기지사 또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지역활동가들을 만나 탄소세 도입에 대한 정부와 환경단체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노파심일지 모르지만 당 차원의 행사나 활동가들과의 일회성 만남으로 그쳐선 곤란할 것이다. 당장 결선 진출을 앞두고 표밭 계산이 급할 순 있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문제는 향후 우리와 아이들 모두의 생존이 걸린 현안이라 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국민들도 그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집권야당 후보들이 현실적인 관심과 실천 의지를 보여줄 때다. 특히 네거티브 공세에 몰두하는 후보들과 그 캠프의 경우엔 더더욱 말이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