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이번엔 출국 금지 논란에 휩싸였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9년 3월, 검찰의 3차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심야에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했지만 당시 발빠른 대응으로 가까스로 출국 금지가 이뤄졌다. 그러나 법적 절차를 어긴 것이라는 제보가 접수되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관행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불법이었을까, 아님 관행이었을까?
지난 20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별장접대와 출국 금지’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2019년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 과정과 검찰이 그전에 했던 출국 금지 요청서를 일부 입수해 분석한 내용이 다뤄졌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별장접대와 출국 금지’편을 취재한 장인수 기자를 지난 25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장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여성 피해자들이 느꼈을 절망감‧공포 생각하면 뉴스 못보겠더라”
- 지난 20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별장접대와 출국 금지’편을 취재하셨어요. <스트레이트>는 처음이었는데 어떠셨어요?
“쉽지 않았어요. 일단 처음에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죠. 왜냐면 40분짜리 방송이다 보니까 센 단독이나 센 기획이 아니면 방송을 흡인력 있게 만들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40분짜리 기사를 쓰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어떻게 괴발개발 쓰다 보니까 데스크와 부장이 거의 다시 쓰다시피 했어요. 덕분에 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렵더라고요. 미처 생각을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많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 그럼 이런 긴 포맷은 처음인가요?
“제가 예전에 <시사매거진 2580>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4년 반 정도 일했었기 때문에 긴 호흡 하는 프로그램을 오래 하긴 했는데요. <2580>은 한 기자가 한 아이템을 보통 한 13~15분 정도 해요. 근데 이거는 그거보다 세 배 더 긴 거잖아요. 어렵더라고요.”
- <스트레이트>를 외부에서 어떻게 봤어요?
“제가 <스트레이트> 오기 전엔 생방송으로는 잘 못봤고 <스트레이트>가 방송한 다음에 관련 기사로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랬나보다, <스트레이트>가 좋은 거 했나 보다, 아니면 기사가 별로 안 나면 이번 주는 좀 약했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었죠. 그때는 시청자니까 그냥 저렇게 방송하는구나 하고 봤어요. 그런데 내가 직접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건 아주 다른 차원의 문제거든요. 우리가 극장 가서 영화를 그냥 재밌게 보잖아요. 그러나 그걸 만든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하잖아요. 이번에 약간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 금지에 대해 주목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게 보통 기자가 사전 취재해서 이걸 하겠다고 위에 보고한 뒤에 위에서 그걸 받아들이면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제가 아이템 몇 개를 위에 보고했는데 위해서 다 마음에 안 들어 했어요. 그래서 아이템이 없는 상황에서 저희 부장이 이거 하라고 시킨 거죠.”
▲ <이미지 출처=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 그럼 김학의 사건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예전에 제가 김학의 사건을 직접 취재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사건이니까 언론 보도를 많이 보긴 했죠. 어처구니가 없었죠. 이게 범죄가 명백한데 검찰은 계속 덮고 또 수사하면 검찰은 또 덮고 이렇게 반복되니까 그걸 보면서 ‘그래 너뿐이겠냐? 너를 덮어줘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 이런 정도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었죠. 너무 괴로워서 이 보도를 자세히 못 봤어요. 여성 피해자들 얼마나 무섭겠어요. 자기가 몇 번을 언론에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이 사람 처벌해달라고 했는데 끝끝내 처벌 안 하잖아요. 저는 그게 가장 안타까웠어요. 여성 피해자가 느꼈을 절망감과 공포 이런 걸 생각하면 뉴스 못 보겠더라고요.”
- 그럼 취재하며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아니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더 강해졌죠. 출국 금지 사건은 저도 복잡하니까 잘 몰랐거든요. 왜냐면 김학의 사건 이제 지겹잖아요. 그래서 출국 금지 사건은 사실 그 이전에 비해 보도도 많이 안된 거 같고 출국 금지가 왜 문제가 되는지 저도 잘 몰랐고요. 왜냐면 뉴스를 보면 이제 괴로우니까요. 김학의 뉴스 보면 불쾌하잖아요. 출국 금지에 대해서 얘기가 나오니 ‘그냥 그런가보다, 근데 검찰이 출국 금지 가지고 저렇게까지 수사하는 게 맞나’라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그 내용을 꼼꼼히 보니까 정말 검찰이란 조직이 왜 이러는지 잘 이해가 안 돼요. 절차를 지키지 않은 출국 금지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고 관행처럼 계속 그동안 그렇게 해 왔거든요. 사건 번호 없이도, 피의자 아니어도 출국 금지 해왔어요. 그런데 김학의 사건만 정말 콕 집어서 이거 절차에 불법이 있었다고 기소한 거죠. 특히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 본부장 같은 경우는 백번 양보해 절차에 불법이 있었다고 기소한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 사람을 구속할 이유는 전혀 없거든요. 법무부 출입국 본부장이 김학의처럼 해외로 도주를 하겠어요? 그런데 검찰이 차규근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쳤거든요. 이런 걸 보면 검찰이 정말 악랄하죠.”
-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관행처럼 해온 거도 검찰이 알 거고 이거 문제 삼으면 예전 것도 문제 삼을 거란 거 알 거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추론해 보자면 관행이라는 걸 본인들은 알아도 국민은 모를 수 있잖아요. 실제 이런 게 관행인지 <스트레이트> 보도 전까지는 많이 몰랐으니까요. 저도 잘 몰랐고요. 검찰은 언론에 대해선 ‘우리가 수사하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언론은 그냥 우리 검찰을 따라오게 돼 있다’라고 자신하는 거 같아요. 20년 30년간 누적된 경험이 있으니까요. 검찰이 수사하면 언론은 그거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죠. 검찰이 범죄를 수사한다는데 검사를 욕할 수는 없는 거고 범죄자를 욕해야죠. 검찰의 수사가 정당한지 정당하지 않은 지를 그동안 언론들이 검증하고 들여다보지 않았잖아요. 그냥 검찰이 수사하면 그런가 보다 했죠. 그러니까 일단 검찰은 그런 자신감이 확실히 있는 거 같아요. 말씀하신 관행이라는 걸 다 아는 건데 왜 이럴까라는 질문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검찰은 이전의 관행에 대해선 덮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지금도 덮고 있고요.”
- 관행도 불법과 불법이 아닌 게 있을 텐데 이건 뭘까요?
“이 절차가 불법인지 불법이 아닌지 그건 법원이 판단할 문제고 제가 어떻게 얘기할 순 없어요. 저는 법을 잘 알지도 못하고요. 다만 규정상 피의자인 경우에만 긴급 출금을 하도록 되어 있어요. 근데 당시에 김학의 전 차관이 피의자는 아니었죠. 그러니까 불법이라고 하는 건데 그러면 이런 일이 이번에만 있었냐 하면 아니거든요.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했던 박두혁 씨 같은 경우는 피의자가 아닌데도 긴급 체포가 아닌 영장에 의한 체포였어요. 법에 따르면 영장에 의한 체포는 피의자인 경우만 할 수 있어요. 근데 박 씨는 피의자가 아닌데 체포됐거든요. 출국 금지보다 훨씬 더 중한 사안이잖아요. 검찰은 이런 걸 다 알지만 괜찮다는 거예요.
이럴 땐 또 대법원 판례 얘기하거든요. 검사가 수사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사람은 그때부터 피의자라는 거죠. 실제로 그런 판례가 있어요. 근데 또 그 판례를 김학의 출국 금지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검사들의 생각하는 법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에요. 다만 법원이 이거를 어떻게 판단할지 저도 모르겠어요.”
▲ <이미지 출처=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내로남불 수준 넘어, 우린 처벌만 하지 처벌대상 될수 없다는 것”
- 그럼 관행에 대한 검찰 입장은 뭔가요?
“이번에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예전에 이뤄졌던 긴급 출국 금지들도 절차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라는 걸 보여 줬잖아요. 그래서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서 어떻게 할 거냐’라고 대검찰청에 물어봤더니 그런 불법의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조치하겠다고 답변을 했거든요. 근데 저희가 방송을 했으니깐 그 방송을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지는 지켜봐야 하는데 검찰이 말만 그렇지 그렇게 안 하겠죠. 그제(23일) 쓴 조선일보 기사를 보니까 ‘검찰이 자체 검증했는데 문제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썼더라고요. 자체적으로 검증을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자체적으로 문제없다고 결론 내리고 넘어가겠죠. 왜냐면 지금까지 절차를 어기고 출국 금지했던 그 많은 검사를 다 처벌해야 되는데 그걸 할 수 있겠어요? 못 하겠죠. 그런데 절차를 위반한 내용 자체는 똑같습니다. 김학의 사건이나 다른 출국 금지 사건이나. 사건 번호 없고 결제도 안 받고 허위 사건 번호 적고..이거는 똑같아요.”
- 너무 내로남불 아닌가요?
“사람들이 내로남불이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저는 이건 내로남불의 수준을 넘어선 거 같아요. 이건 법의 문제잖아요. ‘우리는 법을 안 지켜도 돼. 하지만 너는 법을 조금만 안 지켜도 잡아다가 엄하게 처벌할 거야’는 내로남불을 넘어서는 개념인 거 같아요. 대한민국에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권층이 존재한다는 얘기잖아요. ‘우리는 법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처벌하기만 하지 우리가 그 법을 지키고 우리가 법의 처벌 대상이 될 순 없어’ 이렇게 생각하고 또 실제로 이걸 실현하고 있는 특권층이 이미 생긴 거 같아요. 그 특권층은 바로 검찰이고 검찰에 줄을 댄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검찰은 누구보다 법을 잘 지켜야 하지 않나요?
“그렇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니까요. 흔히 하는 말로 또 법의 정의를 세우는 사람이 검찰이고 검사라고 국민들은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검사들이 이렇게 법을 무슨 고무줄처럼 자기들은 안 지키면서 다른 데는 마음대로 들이대고 이런 행태는 심각한 문제죠.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검사들은 법을 지킬 생각이 없는 거 같아요. 우리는 법 안 지켜도 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룸살롱에서 접대 받았지만 1인당 97만 원이라고 해서 넘어갔잖아요. 이런 거 보면 ‘우리는 법 위에 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김학의 사건도 마찬가지고요. 검찰의 최근 행태가 그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 지난 7년간의 출국 금지 요청서를 분석해 보셨잖아요. 위법이 많나 봅니다?
“저희가 다 검증해 본 건 아니고 케이스 몇 개를 확인해 본 건데요. 출입국 공무원한테 물어봤더니 이규원 검사는 임시 번호라도 썼으니 양반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규원 검사는 임시번호라도 쓰고 절차와 양식에 맞게 서류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결제도 받으려고 했다는 거죠. 그에 반해 다른 검사들은 아예 번호도 안 쓰고 결제받을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요청서를 보낸다는 거예요. 그런 경우가 부지기수고 관행이었다고 해요. 다만 이걸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지켜봐야겠죠.”
- 긴급 출국 금지 요건이 까다로운 게 문제 같아요. 현행대로라면 범죄자 해외 도피를 막을 방법이 없지만, 요건을 완화하면 남용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측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긴급출금 요청서를 어떻게 작성하라고 법에서 정해 놓은 규정이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이거를 다 지키기가 어려워요. 그러니까 이런 관행들이 그동안 반복되었던 거 같아요. 이게 꼭 검사들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 긴급한 상황에서 법이 요구하는 절차나 형식을 다 지키기 어려우니까요. <스트레이트> 보도에도 나왔죠. 광주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졌고 그 철거사업 이권에 개입한 거로 정황이 포착된 문모 씨가 미국으로 도주했거든요. 경찰이 입건해서 수사하려고 하니까 벌써 이틀 전에 미국으로 도망가버렸단 말이죠.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거를 이 사람이 감지하고 도망간 거죠. 긴급 출국 금지는 이런 경우를 막으라는 생긴 제도인데요. 근데 현행 긴급출금 제도로는 이 사람을 막을 수 없어요. 왜냐면 이 사람도 피의자가 아니니까요. 결국은 그냥 도망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 그럼 이걸 완화해야 한다고 보세요?
“제가 법률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순 없을 거 같아요. 긴급 출국 금지 절차를 어렵게 만들어 놓은 데에는 분명히 그 취지가 있거든요. 수사기관이 사람들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거예요. 그러니 이거를 완화해야 하는지 강화해야 하는지 단순하게 답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다만 현실적인 해법을 찾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사실상 수사기관이 맘대로 인권침해 할 수 있었고 해왔거든요. <스트레이트> 보도에 나왔던 울산에 이창현 경감 같은 경우가 그렇죠. 경찰인데도 자기가 출국 금지 돼 있는지도 모르고 가족들이랑 유럽 여행 가려고 가다가 공항에서 저지된 경우인데 이런 게 인권 침해죠. 법대로 하자면 출국 금지 사실을 알려 줘야 하는데도 검찰이 법을 무시해버린 거죠.
▲ <이미지 출처=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그런데 또 이규원 검사 경우는 아주 엄격히 법의 잣대를 들이대서 ‘이거 불법이야. 검사인 너를 수사해야겠어’라는 거거든요. 이런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법이나 규정을 다시 정리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이 사람이 피의자냐 아니냐 이것도 수사기관 마음이에요. 법은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피의자인 경우에만 출국 금지하라고 규정했는데 정작 그 사람을 피의자로 볼지 말지는 수사기관 마음이거든요. 얼마든지 인권 침해가 가능한 상황인 거죠. 효과적으로 범죄자들의 도주를 막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또 수사기관이 시민들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관련 규정을 좀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검찰 주장대로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방송에서 안 나오던데.
“전반적으로 인터뷰할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원래 인터뷰를 잘 안 하니까 서면으로 입장을 물어봐서 그 답변을 보도했습니다. 서면 답변 외에도 그동안 보도됐던 검찰의 논리와 주장을 충분히 방송에 반영했고요. 보도 전 정유미 부장검사하고도 통화를 했는데 자신이 딱히 입장을 더 밝힐 게 없다고 하셔서 페이스북 내용을 인용 보도 했고요. <스트레이트>를 반박한 조선일보를 보니까 조선일보도 자신들이 인터뷰한 사람들 다 익명 처리했더라고요. 신문 기사도 익명 처리하고 인터뷰할 정도인데 방송에 출연해서 얘기해줄 사람 찾기는 정말 어려워요.”
▲ <이미지 출처=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 이번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대법원이 지난 10일 김학의 전 차관을 보석 석방하고 2심에서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 했습니다. 파기 환송한 취지는 ‘뇌물 줬다는 사람의 증언을 믿을 수 있는지 다시 검증해 봐라’라는 건데요. 이 사람이 증언하기 전에 검찰에 나가서 검찰과 무슨 얘기를 하고 그다음에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하는데 ‘이 증언을 믿을 수 있는 거냐,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혹시 있었을 가능성은 없는 거냐’ 이런 걸 따져 보라는 거잖아요. 저는 대법원 판결이 굉장히 인권 친화적인, 굉장히 진보적인 판결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원이 이렇게 판단을 한 배경에는 한명숙 총리 사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지금까지 별다른 증거 없이도 사람들의 증언만 갖고 사건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적이 많거든요. 한명숙 총리 사건의 경우에는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증인들의 폭로가 잇따라 나오면서 법원이 검찰이 증언을 조작할 수도 있다는 걸 의심했고 ‘이런 관행을 없애야겠다’라는 판단을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인권 친화적인 법원 판결의 성과를 왜 하필이면 김학의 전 차관이 누리느냐 하는 것이죠. 판결 자체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 판결의 수혜자가 김학의라는 사실은 뭐랄까 역사의 아이러니 같은 생각도 들고요. 이번 판결이 머리로는 이해하겠는데 가슴으로는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상호 선배 고군분투하고 계시는데 성원하고요. 앞으로도 좋은 취재 많이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많이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GO발뉴스>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GO발뉴스>에서 제가 취재한 내용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GO발뉴스>를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이상호 선배가 자체 취재도 하지만 다른 언론사의 좋은 취재 내용이 있으면 가져다가 또 소개하고 알리잖아요. 그런데 기존의 기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거든요. 물론 그것도 경우에 따라 달라요. 조국 사건이면 검증 없이 남의 기사 막 가져다 베끼고, 윤석열 총장 일가의 비리 의혹은 사실관계가 확실해도 다른 언론사가 쓴 거라면서 침묵하고 안 받아쓰죠.
기자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습을 요즘 같은 다매체 시대에서는 좀 과감하게 깨뜨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유튜브도 사실상의 언론 기능을 하는 상황에서 구독자가 좀 적은 유튜브가 보도한 의미 있는 소식을 이미 보도된 거라고 무시하는 게 맞는 건가 이런 고민을 요즘 많이 하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GO발뉴스>가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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