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주적은 역시 문 대통령과 현 정권이다.  윤 전 총장이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실패정책들을 ‘콕 집어 열공’하고 있다는 분석도 언론에선 제기된다.  과거 문 대통령 면전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과의 면담, 문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비판적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의 학습 등이 그렇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 있다는 걸 그가 온 몸으로 말하는 느낌’이란 말도 나온다.”   

22일 <중앙일보> 인터넷 판에 실린 <5·18 메시지도 그랬다, ‘정치인 윤석열’ 칼 끝은 文만 겨눴다> 기사 중 일부다. ‘뉴스원샷’이란 형식의 칼럼에서 <중앙일보> 서승욱 정치팀장은 “윤 전 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 1위로 끌어올린 원동력은 문재인 대통령, 현 정권과 맞서는 투사의 이미지리라”며 지난 18일 전후 광주 5.18 관련 메시지를 내놓은 윤 전 총장을 위와 같이 추켜세웠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어 <중앙일보>는 “어찌보면 지극히 원론적인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연한 윤 전 총장의 설명을 보면 그의 칼끝이 어디를 향하는지가 분명해진다”고 부연하며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재차 열거했다. 

예컨대, “5·18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정신”이라거나 “자유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와 전체주의, 현 정부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 하지 않았느냐” 등의 언론 인터뷰와 유엔 북한인권 결의 및 미얀마 사태에 대한 언급 등이 ‘반문재인’으로 귀결된다는 설명이었다. 

너무나도 빤한 동시에 역사의식은커녕 반정권적인 의도만 도드라진 윤 총장의 메시지에 <중앙일보>가 구태여 정치팀장 칼럼을 통해 숟가락을 얹은 이유는 하나였다. ‘네거티브’ 메시지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이고 ‘포지티브’한 메시지를 내라는, 보수 유력 대권주자를 향한 일종의 독려였다. 

“투사로서의 존재감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에 반대하는 방식의 정치엔 한계가 있다. 과거 ‘보수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후보’로 불렸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시종일관 김대중 대통령(DJ)을 타깃으로 삼았다. DJ의 대항마로 DJ비판의 선두에 서면 손 쉽게 대통령이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민들은 ‘반대하는 정치인’ 이미지가 굳어진 이 전 총재 대신 ‘새로운 시대’를 앞세운 노무현을 택했다. ‘대선은 과거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투표’란 말이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의 창조적인 다음 메시지가 기대된다.”

환갑나이에 대선주자로서 ‘열공’ 중이라는 윤 전 총장을 향한 보수언론의 ‘윤비어천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기사 및 칼럼들이 가리키는 것은 사실 윤 전 총장의 부족한 자격을 언론들도 알고 있다는 ‘진실’일 것이다. 이렇듯 언론이 ‘진실’을 가리고 있어서일까. 본격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정세균 전 총리가 윤 전 총장을 향해 작심 발언을 내놔 주목된다. 22일 “검찰개혁의 몸통은 윤석열 전 총장입니다”란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였다. 

정세균 전 총리의 직격탄 

“윤석열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총장이 아니라 검찰조직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검찰 총장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부터 지금까지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입니다. 견제와 균형, 인권보호와 성숙한 민주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치러내야 할 곪은 환부의 수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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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검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정성이 회복되지 않은 이유는 윤석열 전 총장을 위시로 하는 검찰 내 일부 특권층의 완강한 개혁저항 때문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개혁세력에겐 의혹과 수사과정은 물론이며 기소사실과 공소장까지 불법으로 유출하면서까지 검찰 권력을 총동원하여 티끌만한 먼지까지 털어내면서도, 검찰 내부와 측근의 불법과 비위와 비리는 묵살하는 고무줄 수사와 기소로 대한민국을 그들만의 검찰공화국으로 만들었습니다.”

▲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 전시 '사람 사는 세상'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검찰을 곪은 환부에 비유한 정 전 총리의 이 같은 작심발언은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선택적 기소는 물론이요 소위 몸통은 놔두고 이규원 검사만 ‘핀셋 기소’한 검찰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었다. 그 중심에 윤 전 총장이 버티고 섰다는 주장이라 할 수 있었다.   

“소름끼칠 정도로 가혹한 검찰의 칼날이 윤석열 전 총장의 가족 범죄에 솜사탕처럼 달콤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성 범죄자에게는 눈을 감았던 검찰이 선글라스와 모자를 눌러 쓰고 변장을 한 채 해외 탈출을 시도하려던 범죄도피자를 잡은 사람에게만 눈에 불을 켠 까닭은 무엇입니까? 

왜 검찰의 불법에는 공정이 통용되지 않습니까? 검찰의 범죄를 고발한 후배 검사가, 성희롱을 당한 후배가 공정한 감찰을 하소연할 때 윤석열 전 총장의 공정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윤석열 전 총장은 이 물음에 정직하게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김학의 사건’부터 윤 전 총장 장모 및 아내 사건까지 거론한 정 전 총리의 일갈은 대권 후발주자로서 유력 보수 대선주자를 견제하는 동시에 검찰개혁을 염원하는 여권 핵심 지지층를 향한 제스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단순히 정치적 제스처로 읽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성윤 공소장’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또 <중앙일보>의 해석처럼 작금의 검찰이, 그리고 윤 전 총장이 겨냥한 칼끝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현 정권과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정 전 총리 역시 이런 검찰의 행태를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그렇듯 말이다. 

그리고 검찰의 불법적인 ‘공소장 유출’의 ‘빅픽쳐’ 

“지난 2010년 검찰 수사관 김모 씨는, 알고 지내던 사채업자로부터, 자신에 대한 수사 상황을 파악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김 수사관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열람한 사건 진행 상황 등을 알려줬다가 벌금 200만 원이 확정됐습니다. ‘사법농단’의 핵심인 박병대 전 대법관도, 같은 전산망에서 고교 후배의 사건을 무단 열람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 법원까지 형사사건 정보를 모두 공유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은 지난 2010년 도입됐습니다. 다만 여기서 얻은 사건 정보를 누설하거나 남에게 제공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공소사실 유출 경로 역시 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유력합니다. 따라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유출이 내부 지침을 어긴 징계 수준을 넘어,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21일 MBC <뉴스데스크>의 <공소내용 유출자 압축…“‘조국 언급’도 처벌 가능”> 리포트 중 일부다. MBC는 이렇게 현직 검사가 ‘이성윤 공소장’을 언론에 유출한 의혹의 정황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재판 결과를 통해 박범계 법무무장관이 위법 소지가 크다면서 수사 가능성을 내비친 배경을 짚었다. 과거 판례가 가리키는 바, ‘김학의 출국 금지’의 절차적 적법성을 따지던 검찰이 공소장을 유출하며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뚜렷한 셈이다.  

‘이성윤 공소장’은 유출의 해악은 정 전 총리가 짚은 대로 비단 검찰의 개혁저항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검찰의 목적은 ‘이성윤 기소’를 통해 ‘김학의 사건’ 프레임을 전환시키는 것은 물론 검찰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을 어떻게든 엮고 사건화시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정권 말기까지, 그리고 내년 대선 판에 어떻게든 개입하고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말이다. 해당 공소장에 ‘조국 민정수석’을 적시한 것 또한 그래서일 테이다. 

이렇듯 정 전 총리의 강공은 ‘검찰개혁 없이 정권 연장도 없다’는 여권 일각의 절박함에 공감한 제스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의 해석처럼, 윤 전 총장도, 작금의 검찰 역시도 문재인 대통령을 공공연히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훨씬 더 절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국을 도려내겠다”던 윤 전 총장의 귀결은 결국 ‘검찰당’이요, 이들이 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문 대통령의 퇴임 후일 것이다. 우리는 2009년 ‘논두렁 시계’ 수사에서 이리 경험한 바 있다. 나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당면한 과제가 바로 검찰개혁인 셈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