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보도 작전’이란 표현까지 쓴 추 전 장관 스스로 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해왔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인 지난해 2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간략한 ‘공소요지’ 형태로만 알렸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사법개혁의 목적으로 시작된 검찰의 ‘공소장 공개’ 원칙이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연루 의혹 사건 앞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 ‘왜 이 사건부터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법무부는 강행했다.”

17일 <중앙일보>의 <추미애 공소장 내로남불..채널A땐 본인이 누설, 조국땐 “엄벌”> 기사 중 일부다. 이른바 ‘이성윤 공소장’ 불법 유출 사건에 대해 이날 추 전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보도작전’이라 강하게 비판한 것에 대해(☞ 관련 기사 : ‘브로커 죄수’ 이어 ‘이성윤 공소장’…秋 ‘악마의 법기술’ 고발),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내로남불’이란 프레임을 끌고 들어온 것이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앙일보>는 이어 “추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수사 중이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해선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여권 인사들의 비위 사실을 달라고 하면서 그를 반복적으로 협박했다는 의혹을 기정사실처럼 발언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했다”고 지적한 뒤 “한 검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 검사장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선택적 기소’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중앙일보>는 이밖에도 작년 10월 법무부 국정감사 당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술자리 접대’ 진술 내용 공개 및 나 전 의원 수사 관련 수사 계획 언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 사건 공소장의 언론 공개, 윤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심의·의결 요지’ 문건 유포 등을 추 전 장관의 ‘내로남불’ 사례로 언급했다. 

심지어 추 전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관련 의혹에 대한 서울동부지검의 보도자료 배포까지 문제 삼았다. 이런 ‘내로남불’ 운운은 <중앙일보>보다 <조선일보>가 먼저였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추미애의 내로남불 “공소장 유출 신속 조사하라”>란 기사에서 <중앙일보>가 언급한 채널A 사건 및 나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가 1보를 내보내자 <중앙일보>가 후속 보완 기사로 지원사격에 나선 셈이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최소한 법조기자라면”... 추미애의 팩트폭행

한데 궁색하기 짝이 없다. 과연 ‘조선’과 ‘중앙’이 ‘내로남불’이라 언급한 사안들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과 비교할 성질인가. 검찰이 기소한 직후 피의자에게 공소장이 전달되기도 전에 언론에 공소장 내용이 요약된 ‘괴문서’가 유출돼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건은 경중 자체가 다르지 않은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검찰 및 공수처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는 추 전 장관이 이를 그대로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이날 추 전 장관은 <가장 애가 타는 신문의 애잔한 왜곡 기사행태를 고발합니다>라 제목의 글에서 해당 ‘중앙’ 기사를 공유한 뒤 “<이성윤 검사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유출 사태>에서 핵심은 검찰만이 가지고 있던 시점에서 공소장이 유출되었다는 점”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선’과 ‘중앙’이 짚은 의도된 헛다리에 대한 일침이었다. 

“그동안 검찰은 공소장이 유출돼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본인들이 하지 않았다고 발뺌해 왔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당사자에게 송달된 이후에는 여러 당사자나 그 변호인 등을 통해 이미 유출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은 상황에서 피해갈 수 있었고, 언론도 취재원 보호라는 명목으로 입수 경위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의심은 가도 확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찰만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출됨으로써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그들 스스로가 증명해준 것입니다. 검찰과 특정 신문은 조금 늦게 기사화 했어야 이전처럼 발뺌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물타기 하기 위해 맞지 않는 상황까지 마구 끌어다가 허겁지겁 기사화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추 장관의 이런 지적은 물론 <중앙일보> 보도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피의사실공표’의 경우 그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걸고넘어지는 언론도 부지기수였다. 해당 규정이 제정되고 시행되는 과정이나 그 배경 등은 생략한 채 ‘내로남불’로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던 것이다.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을 둘러싼 추 전 장관의 이런 반박은 그간의 오도된 보도 전반에 대한 반박이라 봐도 무방해 보였다. 아울러 추 전 장관은 “도둑이 제발저린다는 속담이 이처럼 들어맞을 수도 있군요”라며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엉터리 기사에 대한 팩트 체크를 이어나갔다. “최소한 법조기자라면”이란 대목은 가히 정곡을 찔렀다는 표현이 아까울 정도였다.  

“특히 해당 신문은 언론보도를 인용한  법무부 장관 국회답변을 가지고  누설했다는 엄청난 과장법을 썼습니다. 공소장, 피의사실 공표, 윤총장 징계위 심의의결 요지 등을 섞어서 동급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최소한 법조기자라면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사를 써야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또 하나, 윤총장의 징계심의 의결은 법무부의 자료를 윤총장 변호인이 방어권을 이유로 복사를 받아서, 윤총장 변호인측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가 돌았던 걸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어진 조국의 반박 

“조국, 박상기 전 법무장관이 언급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과 관련해 그 유출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박범계 법무장관이 쓴소리를 이어갔습니다.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이 지검장의 재판권이 침해됐다는 건데 야권에서는 장관이 사건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 <이미지 출처=SBS 화면 캡처>

이날 SBS <8뉴스>의 <박범계 “공소장 공개는 재판권 침해”..야 “내로남불”> 보도의 앵커 리포트다. 이날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내로남불’을 언급하는 기사는 계속됐고, 이처럼 박범계 장관을 ‘주연’으로 삼은 보도도 적지 않았다. SBS 보도를 좀 더 보자. 

“하지만 당장 야권의 성토가 쏟아졌습니다. 야당 의원 시절에는 수사 중인 상황에서도 증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던 박 장관이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내로남불'이자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비판입니다. 박 장관은 입장이 달라진 거냐는 SBS의 질문에 같은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대검이 경위 파악에 나섰지만 검찰 내부 시스템에서 공소장을 열람한 검사가 100명이 넘는 걸로 알려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걸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원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공수처는 오늘(17일)도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검찰이 사건을 이첩하면서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 때부터 구명 요청이 오갔다는 기간 동안의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통신 기록도 함께 넘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선’이나 ‘중앙’이 쓰고, 보수야당이 목소리를 높이면, 이를 또 보수경제지가 받아쓰는 패턴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조국 전 장관까지 끌어들인 반면 SBS 보도대로 대검이 공소장 유출 관계자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보수 경제지를 중심으로 한 물타기, 즉 ‘내로남불’ 운운은 지속될 전망이다. 

18일 <데일리안>의 <조국이 만든 법, 최대 수혜자는 조국?..김종민 “박범계, 도둑은 안잡고 신고자 잡기”>란 기사가 대표적이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데일리안>이라는 우파 온라인 매체가 허위사실을 제목으로 뽑고 비난한다”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검찰을 등에 업은 보수경제지의 조국‧추미애 죽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소제기 전의 형사사건에 대하여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함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공개가 허용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정은 박상기 장관의 오랜 소신이었고, 내가 장관이 되기 전에 모두 만들어져 있었다.

재임 중 실시하는 것에 대한 오해와 비난이 많았기에, 이 규정은 내가 장관직을 사퇴한 후 10월 30일 제정되고, 12월 1일 자로 시행되었다. 그럼에도 위 매체 포함, 언론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조국이 만든 규정”이라고 기사를 뽑는다.”

▲ <이미지 출처=데일리안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