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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출처=JTBC '정치부회의' 방송화면 캡처> |
“그냥 뭐, ‘또 시작이네’ 하는 거죠. 하하하. 동료의원으로서 존중하시지는 않는구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어이없다는 듯 하하 웃었다. 14일 JTBC <정치부회의>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원님이 아무래도 좀 나이가 어리고 하니까, 국회에서 비슷한 일들이 많았잖아요.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웃음이었다.
이날 국회 내에서 언쟁(☞ 관련 기사 : 문정복 “정의당, 류호정 돌발행동 사과해놓고 논평으로 다른 주장”)을 벌인 문정복‧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혀 평소에 교류 없던 사이”라고 밝힌 류 의원. 그는 “여성의원들도 이렇게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뭐 나이에는 남녀 없으니까요”라며 문 의원과의 ‘나이 차’를 강조하고 있었다.
아울러 당시 상황에 대해 류 의원은 “(문정복 의원이) 저희 대표님한테 막, 가는 거예요. 자리로. 근데 저는 자리로까지 찾아가가지고 원내대표님한테. 이렇게 항의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지난 1년 동안, 어느 당이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 의정 활동 동안 의원들 간 항의 과정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류 의원. 그는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문 의원 등이 항의하게 된 배경이나 자신이 언쟁을 벌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도자기) ‘밀수’라는 표현을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것 같았는데, ‘당신’이, 뭐 이런 식으로 하시 길래 이제 제가 ‘당신?’ 이렇게 되물었고, 그때 갑자기 저를 보면서 ‘야!’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또다시 제가 ‘야?’ 하고 되물었죠.
그러니까 ‘지금 어디서 감히!’ 이러더니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이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뒤에 뭐 지금 여기서 이러시는 거 자체가 실례고, 애초에 부적격한 장관 후보자를 추천한 게 누군데, 우리한테 그러냐. 우리 당이 만만하냐. 그런 말씀드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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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출처=JTBC '정치부회의' 방송화면 캡처> |
사과 요구한 정의당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의당은 이날 오현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핵심은 배 원내대표 발언 직후 이어진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심히 부적절”했다며 “유감을 표명”한 뒤 역시나 ‘나이’를 언급했다.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나이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의를 대표하는 한 명의 의원으로서 우리당 류호정 의원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과가 필요합니다. 비단 류 의원뿐만 아니라 청년 국회의원들은 자주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번 사안이 그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어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두 의원의 언쟁 당시 대화를 일부 발췌한 뒤 문 의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한 술 더 떴다.
언쟁 당시 자리를 지켰던 장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과 한 마디면 끝날 일을 굳이 보도자료까지 내 가며 키우시는 문정복 의원님의 의중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심지어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면서 말입니다”라며 문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문 의원을 향해 “동료의원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던 장 의원은 문 의원이 어떤 없는 사실을 만들어냈는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압권은 보도자료 대신 JTBC와 직접 전화로 인터뷰를 했던 류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었다. 류 의원은 “박준영 후보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운 청문회를 거쳐 법무부장관이 된 분의 ‘공유’도 봤습니다”라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해당 사안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을 두고 조롱하듯 걸고넘어진 뒤 민주당의 항의를 “행패”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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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출처=정의당 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
이어 류 의원은 “정의당이 만만했던 건지, 나이 어린 제가 우스웠던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며 “본회의 표결을 방해하고 급기야 퇴장하는 국민의힘에는 일언반구 없이, 총리 임명동의안에 찬성하기 위해 남은 정의당에 매우 부적절한 방식으로 항의한 민주당 문정복 의원에게 전합니다”라며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날 언쟁이 언론을 통해 불거진 뒤 당시 상황 전체가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누가 먼저 반말을 했는지, 또 누가 ‘당신’이란 표현을 오해했는지, 누가 ‘싸움’을 걸었는지를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던 사실 중 핵심은, 반말을 먼저 내뱉은 이가 류 의원 본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신?”이라며 문 의원의 말을 자르고는 배 원내대표와 문‧홍 의원과의 대화에 끼어들어 언쟁을 시작한 것은 류 의원이었다.
무엇보다 ‘당신’이란 표현 자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대화 속 문 의원의 ‘당신’이란 표현은 흔히 “당신께서”라고 쓰는 ‘3인칭 존칭’ 용법일 뿐이었다. 문 의원의 해명대로, 당신은 배 원내대표가 아닌 박준영 후보자를 가리키는 표현이었고 이는 영상 속 대화를 봐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류 의원이 “당신이란 단어는 ‘무의미’”하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올 재개가 아닐 얘기다.
그리고 항의의 맥락.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를 자처한 것은 “오늘 박준영 해수부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했습니다. 외교행낭을 이용한 부인의 밀수행위는 명백히 외교관의 직위를 이용한 범죄행위입니다”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할 만한 국회 발언을 서슴지 않은 정의당 배 원내대표였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해양수산부는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는 과거 해외 근무 후 귀국 당시 외교 행낭을 이용한 사실이 없습니다”라며 “박 후보자는 귀국 당시 상사 주재원 등과 동일하게 해외이사대행 업체를 통해 이삿짐을 국내로 배송하였습니다. 외교행낭을 통한 면세혜택 등 사익 추구행위와는 전혀 관계없습니다”라고 밝힌 사안이었다.
외교관 출신이자 언쟁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홍기원 의원 역시 14일 페이스북에 “사과해야 할 당사자는 정의당”이라며 배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첫째, 당사자인 박영준 후보자는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둘째, 외교행낭 관리를 소홀히 한 외교부 관계인들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셋째, 상대국은 심각한 외교문제로 제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것”이라고 주장한 뒤 정의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해당 부서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분명하게 해명했음에도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정의당은 이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호정 의원은 문정복 의원 발언의 뜻을 완전히 오해하여, 갑자기 언성을 높이고 도발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도대체 사과를 요구해야 할 당사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의당은 문정복 의원과 박영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에게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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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배진교 의원의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관련 발언에 언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나이의 문제?
끝으로 나이의 문제. 맞다. 언쟁 당사자인 류 의원과 문 의원의 나이 차이는 25살 차이다. 공교롭게도 류 의원이 일면식도 없다고 했던 문 의원은 류 의원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그런 문 의원에게 타인 간 대화의 맥락을 오해하며 “당신?”이라고 반말로 고성을 지른 것은 류 의원 본인이었다.
영상 속 문 의원의 표정을 확인하시기를. “야!”라고 되받긴 했으나, 말문이 막혀 한동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얼굴이 확연하다. 류 의원 본인이 정작 상대방을 먼저 ‘존중’하지 않았으면서 나이 운운하며 ‘존중’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 아닌가.
류 의원은 지난 1년 간 ‘21대 최연소 국회의원’이란 프리미엄을 누릴 만큼 누렸다. 그 누구보다 ‘나이’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대로 권위주의가 만연한 국회에서 상대당 의원들로부터 ‘반말’을 또 그 누구보다 많이 들었을 수 있다. 류 의원이 평소 국회 내 권위주의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언론 다수가 그런 관점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렇다고 이번 사안에서도 류 의원이 ‘닥치고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말을 먼저 한 것도, 배 원내대표와 문 의원의 대화 맥락을 거세한 채 ‘당신’이란 표현을 오해한 것도, 이후 고성을 이어간 것도 류 의원 자신이었다. ‘또 시작이네’라며 발끈한 것이 과연 정당했는지를 돌아보시기를.
문 의원이 정 의원의 반말에 “야!”라거나 “어디서 감히”라며 반말로 응수한 대목은 25살 많은 인생 선배로서 어른답지 못했던 처사라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언론이 쉽게 ‘나이 어린 의원에게 막말을 한 여당 의원’과 같은 막장 프레임으로 소비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만약 문 의원이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면 어떤 기사들이 쏟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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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트위터 계정 캡처> |
그러거나 말거나, 15일 <조선일보> 트위터 계정은 해당 언쟁 기사를 공유하며 “네, (민주당, 정의당) 서로 화이팅”이란 멘트를 달았다. 보수경제지들이 해당 사안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정의당은 왜 정부여당을 비판할 때만 언론에 소환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시기를.
하성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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