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뭐합니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언론이 두 눈 부릅뜨고 거의 들여다 본 사건이 이 정도로 심각하면 공수처가 가져다가 수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정과 정의를 입으로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뭉개는 검사에 대해, 팔짱끼고 두고 볼 것이 아니라 공수처가 마땅히 이첩 받아 수사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수처가 타수사기관, 국세청, 금융감독기관 등과 공조해서 은닉재산도  찾아내고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여부도 찾아낸다면 공정과 정의가 살아 숨 쉴 것입니다. 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이고, 민생개혁이 검찰개혁과 상통함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스승의 날이던 지난 15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장문의 글 중 일부다. <뉴스타파> 김경래‧심인보 기자가 최근 출간한 <죄수와 검사> 중 제3부 “검찰의 썩은 꽃, 특수부”편 속 ‘브로커 죄수’와 특수부 검찰의 은밀한 거래와 추 전 장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일화를 통해 ‘검찰개혁이 민생’임을 역설하는 글이었다. 

▲ <죄수와 검사 - 죄수들이 쓴 공소장> (심인보,김경래 (지은이)/ 뉴스타파/ 2021-04-30)

추 전 장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초 법무부 대변인실의 서초동 출장소라 할 수 있는 의정관 개소식 당시 추 전 장관이 대검청사에서 예방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특수부 김모 검사의 칭찬을 자자하게 했다고 한다. 김모 검사는 과거 구모 전 경찰청장의 뇌물 사건을 인지 수사했던 특부수 검사였다.

김모 검사가 대화의 화제에 오른 이유는 당시 언론보도 때문이었다. YTN, JTBC 등 언론은 출정을 나왔던 죄수가 서울중앙지검 김모 검사실에서 공범을 만나 추가범죄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데 윤 전 총장이 해당 검사를 칭찬했다는 것이었다. 추 전 광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검사의 징계청구권자는 총장이어서 총장의 청구 없이는 검사징계는 불가능합니다. 총장이  중앙지검장일 때 일선청 지휘감독권자로서 데리고 일한 김00 검사를 유능한 인재로 평가하는 이상, 언론이 아무리 떠든다 해도 징계는 올라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지만 의정관 개소식 시간이 임박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추 전 장관이 <죄수와 검사>를 소개한 것도 그래서였다. “유능한 특수부 김모 검사에게 사건을 물어주는 ‘브로커 죄수’”“에게 윤 전 총장이 “인증한” 특수부 검사들이 어떤 특혜를 주며 사건을 모의하고 거래를 했는지, 그 다단계 사기 사건과 같이 그 여파가 '민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죄수와 검사>에 자세히 기술돼 있고, 그 진상이 추 전 장관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브로커 죄수’의 활용은 특수부 검사들의 유능함을 대변해 온 ‘법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7일, 추 전 장관이 검찰의 또 다른 ‘법기술’을 고발하고 나섰다. 다름 아닌 ‘이성윤 공소장 유출’에서 또 다시 드러난 ‘보도 작전’이란 ‘악마의 기술’이 그것이었다. 

추미애 전 장관이 까발린 검찰의 ‘악마의 기술들’ 

“검찰은 그 동안 재판도 받기 전에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공소사실을 언론에 흘려  여과 없이 보도하게 해  유죄의 예단과 편견으로 회복할 수 없는 사법피해자를 만들어 왔습니다. 심지어 피의사실과 무관하고 공소사실 특정 범위를 넘어 제3자에 대한 추측에 불과한 것까지 그럴싸하게 마구 늘어놓는 <악마의 기술>로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거나, 관련자들에게 나쁜 인상과 불리한 정황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유죄를 입증해야할 검찰은 여론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고, 법정에 서기 전부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피고인이 나중에 무고함을 밝혀내야 하는 시대착오적 형사절차의 폐단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17일 추 전 장관 페이스부 글 중에서)

이날 추 전 장관은 위와 같이 <검찰의 보도작전으로 무리한 수사기소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낡은 행태를  혁파해야 합니다>란 글에서 “이성윤 검사장에 대한 공소장 불법유출도 그런 야만적 반헌법적 작태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원칙론에 대해서도 추 전 장관은 “비공개라는 원칙을 검찰과 언론이 지키지 않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이성윤 공소장’을 <중앙일보>가 단독보도하고 수많은 언론이 후속 보도했다. 문제는 언론에 보도된 관련 문건이 실제 공소장도 아니었고, 누군가 공소장 요지를 다시 작성해 유출한 문건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지난해 2월 이른바 울산시장선거 사건의 공소장을 <동아일보>가 전면 공개하며 단독 보도한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당시 법무부 장관인 제가 마치 정권비호를 위해 공소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비난하였습니다”라며 “그러나 공소장을 함부로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유는, 누구나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을 받음으로써 형사절차상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을 보호하도록하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라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과 <정보공개법>을 일례로 들기도 했다. 

이어 이 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해 추 전 장관은 “만일, 헌법과 법치를 준수해야 하는 검찰이 공소장을 함부로 유출해  헌법 가치를 짓밟았다면, 언론의 화살받이가 돼 건너온 검찰개혁의 강이 허무의 강이 될 것”이라며 법무부의 신속한 감찰과 법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검찰개혁’을 검찰이 일부러 조롱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은 것입니다. 게다가 이성윤 검사장의 혐의 특정과도 무관한 제 3자들에 대하여 공소장에 기재한 추측이나 주관적 사실에 대하여, 제3자들은 이성윤에 대한 법률절차 진행과정에서 법률적으로 다툴 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만두면 사실인 양 간주하려 할 것입니다. 이를 가지고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의 빌미로 삼을 계략을 의심하게 됩니다. 해서 법무부는 누가 특정언론사에 공소장을 몰래 넘겨주었는지 신속히 조사해 의법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 피의사실 특정과 무관한 것을 공소장에 마구 기재하지 않도록 이른바 <공소장일본주의>를 법에 명시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합니다.” 

‘김어준 하사품’ 주장한 허은아, 이를 받아쓰기한 언론 

이어 기소 이후 피고인의 공소장 공개가 ‘피의사실공표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틀렸습니다”라고 일축한 추 전 장관은 “공소장 공개 금지는 <공판 전 공개금지>”라며 관련 법령을 소개했다. 이어 “무죄 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에 대해 너무도 무신경함으로써 저지르는 인격살인에 대해 자성을 촉구합니다”라고 일갈했다. 

이렇게 윤석열 총장 사임 이후에도 변함없이 검찰개혁에 반하는, 조직우선주의 일로를 거듭 중인 검찰에 대해 전 법무부장관으로서 거침없이, 논리적인 죽비를 때리고 있는 추 전 장관. 그와 달리 언론과 보수야당은 오늘도 변함없이 ‘공소장 유출’에 동조하고 ‘친검찰’의 논리를 옹호하는데 매진하는 중이다. 

심지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케이크 사진을 두고 “제자들의 선물이 아니라 김어준 씨의 하사품이었군요”라고 비꼬면서 “김어준 씨의 본진인 ‘딴지’에서 보낸 케이크를 이렇게 자랑하는 것을 보니 친문들의 성원이 그리웠나 봅니다”라고 적었고, <동아일보> 등 적지 않은 언론은 이를 고스란히 받아쓰기도 했다. 

전형적인 ‘조국‧추미애 죽이기’의 일환이자 추 전 장관의 ‘공수처‧검찰 비판’엔 눈 감은 채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허 의원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 쓴 치졸한 행태라 할 수 있었다. ‘친검찰’이라면, ‘반검찰개혁’, ‘반정부’라면 공소장도 아닌 출처불명 문서도 그대로 보도하는 우리 언론의 또 다른 현주소이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 전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악마의 기술’을 까발리고 검찰과 언론이 벌이는 ‘보도작전’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일도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