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근절과 공급 확대 정책을 확실히 뒷받침하겠습니다. 부동산특위를 중심으로 부동산 입법과 정책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공급 확대, 투기 근절 입법, 부동산 정책 조정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17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16일) 원내대표단 워크숍을 통해 우선 추진 입법과 과제를 논의하고 시급한 민생과제를 선정했다”며 꼽은 부동산 대책이다. 최근 송영길 당 대표가 시장 안정과 규제 완화를 기조로 김진표 의원을 부동산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당 안팎에서 제기된 ‘개혁 후퇴’ 우려에 대한 다독임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특히 부동산 세제와 LTV·DTI 대출 규제는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세심하게 검토하겠습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정책을 조정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렇게 ‘부동산 투기 근절과 공급 확대 정책’을 ‘코로나19 백신·방역’ 및 ‘K-뉴딜, 경제혁신을 통한 일자리 성과’와 함께 시급한 민생과제로 꼽은 윤 원내대표. 그는 “법사위원장만 고집하며 국정발목, 민생무시, 인청거부, 상임위거부, 투쟁일변도의 국민의힘은 국난극복과 민생회복을 위해 국회에 빨리 들어와서 일해 주시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은 뒤 “코로나 손실보상 법제화,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렇게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생’과 ‘개혁’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민주당이 ‘민생 노선’을 천명한 가운데 당 내에서 부동산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바로 같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누구를 위한 정책입니까?”라며 “부디 우리당의 부동산특위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를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랍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린 강병원 최고위원이었다. 

여당 최고위원의 작심발언,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

“부동산특위가 공시지가 9억, 시가로는 15억 이상의 고가주택에만 부여되는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고 다주택자들에게만 부과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또다시 연기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하니 우려스럽습니다.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은 투기 억제, 보유세 강화라는 우리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 방향과 역행합니다. 특히 양도세 중과는 2020년 7월 10일 대책 발표 후 약 1년간 유예기간을 줬던 것입니다. 아직 시행도 못했습니다. 이를 또 유예하는 것은 다주택자들에게 ‘계속 버티면 이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시장 안정화를 저해하는 셈입니다.” (17일 강병원 최고위원 모두 발언 중)

이 같은 우려는 김진표 특위 위원장 임명 직후 제기된 ‘종부세‧양도세 완화’ 움직임에 대한 당내 반발을 갈무리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어 강 위원은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생각한다”며 쓴소리를 이어나갔다. 

“우리당의 부동산정책은 일명 지옥고에 들어가 세 들어 살면서도 1년 임대료로 6, 7백만 원을 내고 있는 청년과 1인 가구, 1억에서 3억 사이 전셋집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신혼,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 아끼고 모으며 살고 있는 수천만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어야 합니다. 

투기 억제, 공급 확대 등의 가시적 정책으로 부동산시장 하향 안정이라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규분양이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2월 4일, 25년까지 서울에 32만호, 수도권에 6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역대 최대 수준의 공급대책입니다. 국민들도 환영하고 있습니다. 시장 반응도 좋습니다. 이번 2.4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이 앞장서서 법적 뒷받침을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요는 지난 12일 열린 당 부동산 특위 첫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시장 활성화를 통한 집값 안정’이란 대전제를 천명한 것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어 강 최고위원은 “공정과세와 집값하향 안정화를 위해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폐지와 과도한 세제특혜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합니다”라며 현 정부의 임대사업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부동산 특위를 향해서도 “무주택서민의 고통과 분노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인 정책, 공급 대책, 실수요자 우대정책, 불로소득 환수 정책 등”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본인 표현대로, 이른바 ‘작심 발언’이라 할 수 있었다. 

▲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민주당,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김진표 특위’ 손들어주나

“며칠 전 김부겸 총리후보자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2만7787명이 56만5970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2만7787명이야말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할 대상이라는 데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 이들이 소유한 주택을 매도하도록 한다면 3기 신도시 두 배 물량의 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것이다.

김윤덕 의원은 이들 모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어 ‘종부세 0원’과 ‘양도세 100% 감면’을 포함한 엄청난 세금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선언한 투기와의 전쟁은 말뿐이었고, 실제로는 투기세력에게 엄청난 세금특혜를 베품으로서 투기를 조장했던 것이다.” (17일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오마이뉴스 <문재인 정부는 투기세력과 제대로 싸운 적이 없다> 기고 글 중에서)

이렇게 현 정부의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의 문제점은 그간 숱하게 지적돼 온 바 있다. 강 의원의 지적대로, 종부세나 양도세 완화가 민주당의 선택지에서 빠져야 할 이유도 다르지 않다. 핵심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했으면서도 훨씬 더 큰 개혁 드라이브, 더 강한 규제를 걸지 않았던 데 있지 않은가. 송 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집값 정책이 실패한 것은 ‘프레임’의 문제가 아니라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진단을 이어나갔다. 

“말로만 ‘집값 급등이 투기세력 때문’이라거나 ‘투기와의 전쟁’ 운운하면서 투기세력을 적으로 삼는 듯한 발언을 자주했지만, 실제로는 투기세력과 제대로 전쟁을 한 적이 없다. 물론 집값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에게 세제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지만 주택투기의 가장 큰 원동력인 초저금리와 세금 특혜를 유지하고 확대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란 해법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은 것, 실천하지 않으면서 말만 앞세운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당도 알고 국민들도 아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핵심일 터이다. 

지금에서라도 ‘김진표 부동산 특위’를 향해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는 내부 진단이 나온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부동산특위를 중심으로 부동산 입법과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는 윤호중 원내대표와 송영길 대표가, 민주당이 과연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김진표식 해법을 고수하는 자살골을 선택하는지 지켜 볼 일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