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조국 법무장관 내정이 발표되자 그 가족의 불공정하고 위선적인 탈법 행태에 대한 제보가 쏟아져 나왔다. 문 정부와 한편이었던 정의당 대표마저 ‘조국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고,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들마저 조국 비판에 나설 정도였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조국만큼 앞뒤가 다르고 파렴치한 내정자는 일찍이 없었다. 검찰은 홍수처럼 쏟아진 각종 비위 사실들을 뒤쫓아가며 수사했을 뿐이다.”

<조선일보>가 1일 출간 예정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소환하며 거론한 조국 보도가 보여준 광기의 알리바이다. 한마디로 ‘조국이 잘못했으니 보도했고 검찰도 그에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다. 

‘조선’은 31일자 사설 <與 주자들 파렴치 조국에 “가슴 아프다”, 역시 조국 수호 정당>에서 이 같은 논리를 앞세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정 총리가 <조국의 시간>을 언급한 것에 대해 ‘조국 수호’라 비판하고 나섰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틀렸다. 당시 ‘조국 일가족 수사’는 검찰개혁에 대한 ‘윤석열 검찰’의 항명이었고, 언론과 검찰의 콜라보였다. ‘윤석열 검찰’은 애초 스모킹건으로 만들려던 사모펀드 관련 범죄가 드러나지 않자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을 끌어들여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을 ‘창작’했고,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 없는 기소’를 통해 여론을 흔들면서 ‘인사청문회 전 자진 사퇴’를 종용했으나 조 전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이 표창장 위조 사건이 ‘정경심 2심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도 그래서다. 정치적 사안을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강제수사를 통해 수사로 전환한 것이 검찰이었고, 이에 동참한 공범들이 바로 언론이었다.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 운운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이렇게 여권 대선주자들을 비판한 ‘조선’이 뒤이어 끌어들인 것이 4.7 재보궐 선거 직후 사과에 나선 민주당 2030 초선들이었다. 사실 당시 초선들이 거론한 여러 선거 패배 요인 중 ‘조국 사태’를 꼭 짚어 확대재생산한 것이야말로 보수‧경제지들이었다. 그랬던 언론들이 이제 다시 초선들의 사과를 부메랑처럼 이용해 먹고 있는 셈이다(☞관련기사 : “언론에 알립니다!” 조국의 일침과 회고록 후폭풍). 

뻔뻔한 ‘조선’ 사설의 속내 

“지난 4월 서울, 부산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했을 때 소속 초선 의원들은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으로부터 대대적인 쇄신이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런 마당에 문 정부의 국정을 책임졌고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차기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이 검찰로부터 부당한 수사를 당했다는 조 전 장관의 입장에 동조하는 뜻을 밝힌 것이다. 

설마하니 초선 의원들도 아는 세상 이치를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조국을 무조건 감싸고도는 극렬 지지층의 환심을 사야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수판알 계산이 선 것이다. 이러니 위선과 파렴치의 대명사 조국이 민주당의 지도자이며, 민주당은 조국 수호 정당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칼보다 펜이 무서울 때가 바로 이런 경우다. 대선주자와 초선들을 갈라치기하는 것도 모자라 조 전 장관을 ‘위선과 파렴치의 대명사’로 명명한 ‘조선일보 100년’ 역사를 통해 탄압받고 억압받은, 왜곡과 오보를 통해 피해 받은 이들은 헤아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조선’이 <조국의 시간> 출간을 계기로 다시 ‘조국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같은 날 <문화일보>와 <매일경제> 또한 각각 <형사피고인 조국 떠받드는 與 주자들의 법치 조롱 경쟁>, <‘조국의 늪’ 벗어나지 못한 與, 상식·공정 무너뜨린다>란 사설로 ‘조국 죽이기’에 동참했다. 

검찰 및 언론과 함께 삼각동맹을 펼쳐왔던 국민의힘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기현 원내대표는 “저희 당 내부의 문제가 아니어서 말씀드리긴 뭐합니다만 그 논의과정들 보면서 조국 전 장관을 차라리 여당 대선후보로 만들도록 캠페인하면 좋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정경심 1심 결과’를 앞세운 기존 야당의 공격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 

“조국 띄우기 하기 위해서 그렇게 난리들이시고 조국에 대해서 가족이 수감 되시고 되고도 아니고 되시고 스스로 유배 같은 시간을 보내시는데도 가슴이 아프다, 정말 참 기가 막힙니다. 국민적 정서와 어떻게 이렇게 어긋날까. 결국 친문 구애를 하기 위한 작전인데 결국 자신들의 권력탐욕에 눈이 멀어서 국민들 정서를 완전히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요. 

정말로 이게 조국이란 사람이 부당하게 혹은 억울하게 피해를 입고 있다면 모르겠는데 아니 뻔하게 여러 가지 사안이 다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가지고 정경심 사건도 다 법원에서 다 유죄판결하고 있는 마당 아닙니까. 법원 판결 어떤 때는 자기들이 존중하고 어떤 때는 무시하고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분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대선주자 윤석열’을 향한 부메랑 

지난 주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에 들어온 뒤 부인이나 장모에 대한 공격이 들어온다면, 윤 전 총장에게 비단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는 국민의힘 이준석 최고위원의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켰다(☞관련기사 : 정세균, 尹직격 “정치 시작 전, 부인·장모 의혹 밝혀야”). 

해당 발언을 제대로 맞받아친 여당 인사는 정 전 총리가 유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국의 시간>을 향한 여당 기류도 마찬가지다.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놓고 회의적인 시각을 피력한 조응천‧박용진 의원의 발언이 앞 다퉈 기사화되고 있다. ‘조선’, JTBC가 2030 초선을 소환한 것도 같은 갈라치기 논리다. 

2년 전과 지형이 달라졌다. 윤 전 총장은 이제 검찰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을 스스로 훼손한 전직 검찰총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기 직전이다. 그 전직 검찰총장이 자행한 ‘조국 죽이기’ 자체가 검찰권을 휘둘러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의 ‘정치적 생명’을 끊어놓은 ‘정치적 행위’였다. 

<조국의 시간>을 가지고 클릭 장사에 나설 것이 아니다. ‘정치인 윤석열’ 띄우기에 혈안인 언론이 먼저 할 일은 ‘윤석열 검찰’이 자행한 ‘조국 죽이기’의 본질과 정당성을 묻고 재점검하는 일이어야 한다. 

결국 ‘대선주자 윤석열’의 검증 국면에 자신의 ‘조국 죽이기’가 부메랑처럼 되돌아 올 것이다. 출간 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조국의 시간> 열풍이 이를 증명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촛불을 들었을 바로 이들이 <조국의 시간>의 구매를 통해 ‘조국 죽이기’의 정점인 ‘윤석열 반대’를 우회적으로 재확인 하고 있는 것이다. 사설까지 낸 ‘조선’과 여타 보수경제지가 가장 두려운 것도, 민주당을 뒤흔드는 것 역시 그 지점일 테고. 

“지금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조국의 시간』이 막 입고되었습니다. 책 사진을 찍으려는 언론사와 책을 구입하려는 독자분들이 많이 와계십니다. 출판사에도 책이 한 권도 남아있지 않아 책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조국의 시간』이 진열된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촬영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31일 오후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 한길사 측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 글을 쓰는 순간 책이 완판되었다”며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이어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서의 ‘완판’ 소식을 전했다. ‘검찰개혁’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는 <조국의 시간>을 향한 관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또 그에 대한 ‘조선’을 비롯한 보수‧경제지의 발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도록 하자.

▲ 31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조국의 시간>. 출판사 한길사측에 따르면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완판됐다. <사진=한길사 페이스북>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