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와이드뷰] 언론은 ‘중립’, ‘균형’도 내팽개치고 ‘尹 대망론’에 올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15%선을 재돌파했다.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낸 이후 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의 표심을 대거 흡수한 모양새다. 비(非)여권 대권주자 중에서는 독보적 선두라 향후 '대망론'이 본격 불붙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데일리안>의 <윤석열 15%선 재돌파…‘대망론’ 본격 불붙나>라는 여론조사 분석 기사의 서두다. <데일리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10월 넷째주 정례조사를 전하며 “윤석열 총장은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에서 15.1%를 획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2.8%)·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21.6%)에 이어 전체 3위였다”고 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소위 ‘윤석열 대망론’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라 착각할 만 해 보인다. <데일리안>의 표현대로, “비여권에서는 독보적 선두”가 맞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위인 윤 총장에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6.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8%,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3.1%,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3.0%, 황교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5%,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4%를 기록했다.
헌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15.1%란 수치 자체가 윤 총장이 기록한 최고치가 아니다. 지난 7월 같은 데일리안 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은 이미 15.5%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여타 보수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깎아 먹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데일리안>과 통화한 알앤써치 김미현 소장의 분석도 여기에 맞춰져 있었다.
“3위 윤석열, 기존 야권 표 나눠먹은 형국에 불과”
김 소장은 <데일리안>에 “윤석열 총장이 국감을 그렇게 잘했다면 20%를 넘겼어야 하지 않느냐”라며 “(본인이 개인 최고치를 갱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또 김 소장은 “윤석열 총장이 나오니까 범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다 빠졌다”라며 “결국 중도나 새로운 표를 가져온 게 아니라, 기존의 야권 표를 나눠먹은 형국에 불과하다”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망론’의 실체가 바로 여기 있다. 보수언론이 열심히 띄우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는 극우/보수 지지층이 ‘반짝’ 지지를 보낼 순 있지만 확장성이 전무하다는 점 말이다.
여타 보수야권 대선주자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조국 일가족 수사’ 이후 윤 총장만큼 언론 주목도가 높았던 인물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윤 총장이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처음 포함된 것이 올해 초다.
현직 검찰총장이 포함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이후 윤 총장은 대검 등을 통해 “여론조사에서 빼 달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언론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그를 계속 포함시켰다. 그 과정에서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은 끊임없이 대두됐다.
급기야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 총장은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는 발언으로 ‘윤석열 대망론’을 자처했다. <데일리안> 조사야말로 이러한 윤 총장의 행보에 대한 민심의 판단이라 할 수 있다.
현직 검찰총장의 안간힘이 반영된 결과지만 파괴력이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제 살 깎아먹기와 같은 상황 앞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권이 발을 동동 구를 만한 상황인 셈이다. 물론 <데일리안>의 판단은 달랐던 듯 싶다. 김 소장과 다른 평가를 내놓은 이들의 인터뷰가 딱 그랬다.
해당 기사에서 부산시장 출마를 고려 중인 박민식 국민의힘 전 의원은 “온갖 수모와 핍박을 받았는데도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에 주눅 들었던 중도보수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발견한 게 아니냐”라며 “부산에서 보면 윤석열 총장이 우리 보수의 희망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났다. 분위기가 확 바뀐 모습에 나도 깜짝 놀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검찰총장 윤석열이라기보다 정치인 윤석열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라며 “다음 대선으로 가는 윤석열의 첫걸음이 시작 됐다. 이제 시작”이라 풀이했다. 지난 22일 이후 보수언론이 취해온 ‘윤석열 대망론’의 전형적인 스탠스였다.
‘윤석열 대망론’에 올인하는 언론들
<윤석열 대권주자 선호도 상승…15.1%로 3위> (연합뉴스)
<윤석열, 대선주자 선호도 15.1% 야권서 선두 차지> (조선일보)
<“국민에 봉사” 발언에…윤석열 ‘대권 지지도’ 15.1%로 급등> (동아일보)
이날 보수경제지들은 일제히 알앤써치 조사 결과를 인용한 기사들을 내놨다. ‘급등’, ‘야권 선두’, ‘선호도 상승’과 같은 표현이 눈에 띈다. 정치 ‘저관여층’이나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윤석열 대망론’을 어필하려는 ‘제목 장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국감 자리에서 돌발 발언을 내놓은 윤 총장의 행보는 ‘다음 대선으로 가는 윤석열의 첫걸음’일 수 없다. 강력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 받는 현직 검찰총장의 부적절한 발언이요, 그간 ‘조국 일가족 수사’와 ‘청와대 수사’, ‘패스트트랙 수사’ 등 ‘윤석열 검찰’의 수사 전체를 되돌아 봐야 할 만한 일탈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언론들은 ‘윤석열 대망론’에 ‘올인’ 중이다. ‘언론 윤리’도, ‘중립’이나 ‘균형’ 모두 내팽개친 모양새다. 그렇게 ‘조국 일가족 수사’ 이후 ‘윤석열 검찰’과 한배를 탄 언론들은 ‘윤석열 대망론’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다. 이와 달리 이번 알앤써치 조사 결과가 가리키는 것은 ‘민심’은 여전히 정직하고 날카롭다는 사실이리라.
한편 해당 조사는 조사는 지난 25~26일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은 5.7%로 최종 1032명(가중 1000명)이 응답했다. 표본은 올해 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기준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성태 기자
